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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0.08.13

로컬푸드 食이야기

18. 미숫가루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0.08.13 16:22 조회 2,5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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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게 즐기는 슬로푸드 ‘바쁜 아침 간편한 한끼’라는 말은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데, 소중한 식사를 허술하게 챙긴다는 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까지 생각하는’ 음식을 찾게 된다.

바쁘니까 간단하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음식은 너무 욕심이 지나친 게 아닐까 싶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제는 아침식사의 대명사를 넘어서 동의어가 된 미숫가루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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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부터 전란에서 병사들에게 지급했던 미숫가루는 가장 효율적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식량이었다. 회사, 논밭, 학교, 각자의 전쟁터로 나가기 전 시간은 아끼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먹는 음식으로 ‘전투식량’ 미숫가루의 계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만난 생산자는 ‘우리네 미숫가루’의 양순임 농가다. 완주로컬푸드 가공센터에서 생산자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비트, 단호박, 쑥, 현미 등의 농사를 짓는 농부다. 사계절을 농부와 함께 흙투성이에서 뒹굴던 작물이 그의 이름을 달고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처음 매장에 진열되는 순간, 누군가 이 제품을 손으로 집는 순간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내 자식이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고객들이 대기업에서 대량으로 작물을 수매해서 저렴하고 균질하게 만든 가공식품보다, 직접 작물을 길러낸 농부의 투박한 손길로 만들어진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장수가 고향인 양순임씨는 완주군 화산면에 살던 남편을 만나 완주가 제2의 고향이 됐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전주로 나가 사는 동안 15년 동안 반찬가게를 운영한 음식 전문가이자, 베테랑 주부다. 병환이 있는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다시 화산으로 오면서 농사를 시작했고, 이제는 다시 사업가의 길을 가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쪽파를 하루종일 다듬어서 수매하러 갔더니 10,500원을 받았어요.

장사를 그만두고 당장 농사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는데, 너무 막막했죠.” 작물을 키우는 일이 재밌었지만, 그녀는 작물보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더 탁월한 능력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음식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완주로컬푸드 가공센터에서 하는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재밌어서 배웠는데, 본격적으로 제품 출시를 계획하면서 식품가공기능사 자격증도 따고, 준비를 많이 했죠.” 취미로 하는 일과 돈을 받고 팔기 위해 하는 일은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더군다나 음식과 관련한 일은 맛과 위생, 고객트렌드 등 더 까다로운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양순임씨는 더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다. 2018년은 완주로컬푸드 고산가공센터가 HACCP 준비를 위한 공사로 운영되지 않았다. 한참 준비중이던 출시 일정이 다소 늦어졌지만, 오히려 기회로 여겼다. 1년 동안 집을 연구실로 삼아 수십가지 레시피를 개발하고 테스트했다.

연구하다가 버린 곡물만 수백키로에 달하고, 일일이 맛보고 평가를 해야 했던 가족들과 지인들은 미숫가루 소믈리에가 되고 있었다. 우리네 미숫가루는 한 번 쪄서 말린 미숫가루라 목넘김이 좋고 소화도 더 잘된다. 우리네 미숫가루는 쪄서 말리고 볶고 분쇄하는 공정을 거친다.

부재료에 따라 볶는 과정을 생략하거나, 시간을 달리하는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미숫가루의 원재료가 되는 농작물은 주로 곡물류이긴 하지만, 상태가 늘 비슷한 것은 아니다. 보관 상태에 따라 말린 정도도 다르고, 찌고 말리고 볶는 동안 수시로 상태를 체크해줘야 한다.

우리가 맛있는 미숫가루를 먹으려면 이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생산자의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만드는 사람이 맛있다고 느끼는 정도까지 볶고, 가장 최적의 상태라고 판단한 비율대로 섞어서 분쇄한다. 생산자의 손맛과 판단력이 의외로 중요해서 곡물을 분쇄하는 방법은 똑같은 미숫가루도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현미와 검정콩을 이용한 미숫가루를 기본으로 생산하다가 비트와 단호박, 쑥 등 다른 부재료를 넣은 미숫가루를 개발했다. 우리네 미숫가루는 현미와 검정콩을 이용한 미숫가루를 기본으로 생산하다가 비트와 단호박 등 다른 부재료를 넣은 미숫가루를 개발했다.

곡물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도 손쉽게 섭취할 수 있게 하려고 연구를 시작했다. 요즘 가장 인기 품목은 쑥쥐눈이콩 미숫가루다. 직접 농사짓는 친환경 감나무밭에서 깨끗하게 자란 쑥을 이용해 만든다. 쑥의 쌉싸름한 향이 곡물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되는 맛이다.

“우리 미숫가루는 더 부드럽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목넘김이 좋고 한번 쪄서 말린 미숫가루라서 소화도 더 잘된다고 해요.” 바쁜 아침에 먹는 음식인데 재료부터 1년, 수확한 곡물로 제품을 만드는 데는 5일 이상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마지막으로 미숫가루를 더 맛있게 먹는 팁을 물었다.

미숫가루에 꿀이나 설탕을 타서 단맛을 낸 뒤에, 소금 한꼬집을 넣으라고 한다. 기호에 따라서는 꿀 없이 소금만 살짝 가미해도 미숫가루의 맛을 한층 더 고소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요즘은 정확하게 정백당과 소금까지 첨가된 선식이나 곡물쉐이크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간편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소분되어 판매되고, 더 고운 입자로 편리한 도구로 섞어 먹으니 더 이상 설탕과 덩어리를 씹으며 미숫가루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무리 미숫가루가 세련되고 편리한 형태로 탈바꿈 되더라도, 어린 시절 맹물에 얼음을 띄워 국그릇에 담아 먹던 미숫가루의 맛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미숫가루에 들어가는 쑥.

- 제품 : 비트 미숫가루, 단호박 미숫가루, 쑥&쥐눈이콩미숫가루, 현미&검은콩 미숫가루 - 가격 : 300g 8500원 - 구입처 : 완주로컬푸드 매장 - 문의 : 양순임 농가 010-5436-0733

현장 사진

18. 미숫가루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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