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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0.07.10

로컬푸드 食이야기

⑰ 장아찌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0.07.10 15:13 조회 2,6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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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지않은 장아찌 미안하다, 몰라봤다 월든의 작가이자 소박한 삶을 강조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 이라고 말했다 . 단촐하게 먹고 화려한 밥상 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식탁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

먹는 데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은 휴식을 하거나 책을 보는 등 다른 일을 위해 쓰라고 말한다 . 문득 냉장고 속 깊은 곳에 있는 장아찌가 생각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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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관할 수 있게 만든 장아찌 반찬들은 너무 흔해서 잘 꺼내먹지 않게 되는 천덕꾸러기같이 느껴졌는데 , 소박하고 간단한 밥상을 차리는 데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반찬이 또 있을까 ? 만약 소로우가 우리나라에 살았다면 분명 냉장고에 장아찌 한두가지는 구비해 두었을 것이다 .

청수녹초 장아찌는 100% 국산콩간장을 사용한다. 사실 장아찌는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리법이다 . 서양식 장아찌인 피클은 간장 대신 향신료가 들어가고 식초와 설탕으로 절여두는 것이 동일하다 .

간장을 넣지 않고 소금과 설탕 , 식초만으로 절이면 일명 짠지가 되는데 중국음식에 많이 곁들이는 단무지가 대표적이다 . 피클이나 장아찌 모두 요리라고 하기에는 무색할만큼 조리법이 간단하지만 , 신기하게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장아찌도 손맛이 조금씩 다르다 .

간단한 조리법일수록 맛의 차이를 내는 결정적인 비법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 매년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관찰력 좋고 호기심이 강한 누군가가 발견한 비법들이 차곡차곡 쌓여 더 완벽한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닐까 ?

주부 경력이 반평생이 넘는 우리 어머니들이 TV 에서 ‘ 황금레시피 ’ 가 나오면 수첩을 꺼내 열심히 조리법을 받아 적으며 , 올해 장아찌를 담글 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

외식을 자주 하고 , 먹을 것이 풍부해진 요즘 장아찌는 집안 냉장고에 쟁여 놓을 저장식품이 아니라 먹고 싶을 때마다 반찬 가게에서 사먹을 수 있는 간편한 반찬이 되었다 . 특히 완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재료로 만든 장아찌를 언제든 사시사철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

양파와 마늘로 담근 효소와 배로 만든 효소를 넣어 천연의 단맛을 내 은은한 맛을 낸다. 영농조합인 ‘ 농가의 부엌 ’ 은 약 30 여 가지의 반찬을 만들어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

영농조합법인 아래 각자 개성을 가진 다양한 팀이 모여있는데 이들은 모두 완주로컬푸드 가공창업교육을 받은 완주의 농업인들이다 . 나여사 콩자반 , 해마루 단무지 등 익숙한 이름들도 이 영농조합법인 소속이다 .

이분들 중에 가장 오래된 1 기 교육생이자 로컬푸드 매장에서 항상 볼 수 있었던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청수녹초 팀을 만났다 .

경천이 고향인 두 분 , 박점례씨와 김갑례씨 ( 이름도 모습도 자매같은 두 분 ) 가 함께 일하고 있는데 마늘 , 마늘쫑 , 고추 , 무 등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장아찌 반찬을 만들고 있다 .

재료가 언제 가장 신선하고 , 언제 담궈야 가장 맛있는지 아는 베테랑 농부이자 주부 9 단인 이 분들은 어떤 비법으로 만들고 있을까 궁금했다 . “ 예전에 집에서는 농사짓고 좋은 것은 팔고 , 안 좋은 농산물로 장아찌를 담궜는데 우리는 반대로 해요 .

가장 좋은 걸로 먼저 만들어서 더 맛있어요 .” 청수녹초의 멤버이자 농가의 부엌 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점례씨는 장아찌에 대해 이렇게 첫 마디를 열었다 . 청수녹초 장아찌는 100% 국산콩간장을 사용한다 .

non-GMO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완주로컬푸드 기준에 맞추다보니 재료비가 비싸도 국산콩으로 만든 간장을 써야 했다 . 식초도 국내산 사과식초와 감식초를 쓴다 . “ 처음에는 재료비 때문에 원가 부담이 높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

집에서도 비싸서 못 쓰던 건데 좋은 재료로 바꾸고 나니까 확실히 이전보다 맛은 더 좋아졌어요 .” 장아찌를 담그는 간장물에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다 . 양파와 마늘로 담근 효소와 배로 만든 효소를 넣어 천연의 단맛을 냈다 .

저장성을 위해 설탕도 들어가지만 , 설탕만으로 맛을 낸 것과를 달리 단맛이 은은하다 . “ 예전에는 냉장고에 보관을 하지 않아서 짜게 만들어 먹었지만 , 우리는 짜지 않게 만들어서 냉장상태로 숙성시켜요 ” 취재를 간 날에는 껍질째 숙성시킨 마늘장아찌의 껍질을 까서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

마늘장아찌는 껍질째 담그면 껍질이 염분을 흡수하면서 짠맛은 덜하고 , 껍질의 맛있는 성분이 배어나와 맛이 더 좋다고 한다 . 가장 맛있는 상태로 만들어 보관하고 출하 직전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할 때 일일이 껍질을 벗겨내 작업을 하는 것이다 .

청수녹초 장아찌는 아이들도 잘 먹기 때문에 매운맛을 가미하지 않았는데 , 집에서 매운맛 장아찌가 먹고 싶을 때는 간단한 재료를 넣고 만들 수 있다 .

장아찌를 오랫동안 만들어 온 어머님들이 집에서 실제 즐겨 드시는 방법이라고 하니 반찬거리가 없어 장아찌를 사왔다면 한 두 번은 아삭하고 개운한 맛 그대로 먹고 , 내가 직접 반찬을 만든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는 해봐도 좋을 방법이다 .

* 매콤무장아찌 - 무장아찌 (170g), 다진 청양고추 1 큰술 , 고춧가루 1 큰술 , 참기름 1 큰술 * 고추장마늘쫑장아찌 - 마늘쫑 장아찌 (150g), 고추장 1 큰술 , 고춧가루 1 큰술 , 올리고당 1 큰술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위에 나열된 양념을 모두 넣고 무장아찌와 마늘쫑을 섞어 나만의 장아찌로 만들어서 먹었다 .

여기에 마늘 특유의 아린 맛 하나없이 아삭한 맛이 일품인 깐마늘 장아찌까지 곁들여 밥 한공기를 먹으니 금새 입맛이 돌았다 .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냉장고를 열어보면 한쪽 구석에서 장아찌 한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나 역시도 ‘ 다 먹지도 못하는데 왜 그렇게 힘들게 하냐 ’ 며 잔소리를 하면서도 주는 대로 받아와 잘 먹지 않고 쌓아둔 적이 여러 번 있었다 . 이제는 주부들이 엄마의 손맛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할 일을 줄이고 , 요리를 못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때 가 되었다 .

매년 계절이 돌아오면 장아찌를 담그는 대신 그 계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홀가분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엄마의 손맛보다 더 맛있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만들어주는 농사 전문가이자 요리사들이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으니 말이다 .

[정보] 농가의 부엌 영농조합법인, 청수녹초 마늘쫑장아찌: 3,000원 깐마늘장아찌: 3,500원 무장아찌: 3,500원 고추장아찌 3,500원 구입처: 완주로컬푸드 매장 구입문의: 박점례 대표 010-2939-0280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현장 사진

⑰ 장아찌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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