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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별곡] 생긴 그대로, 자연 그대로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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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사흘 동안 <나는 난로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적정기술과 탈석유-로컬에너지의 결정체, 고효율 화목난로 한마당. 이 행사는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적정기술이나 난로 그 자체에 끌리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지닌 생태적 가치를 높이 살 뿐이다.

 

그런 내가 사흘 내내 행사가 열리는 옛 잠사시험장에 ‘출퇴근’하게 되었다.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실은 ‘부침개’ 때문이다. 뭔 생뚱맞은 얘기냐고? 실은 행사장 안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서 우리밀로 부친 파전과 김치전을 팔고 있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여럿이서 함께 하고 있다. 다름 아닌 생태농사모임 <온새미로>다. 지난번에 고추농사를 함께 했던 ‘친환경작목반’ 얘기를 꺼낸 바 있는데 바로 그 모임이다. ‘생태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와 삶을 함께 지어가자는 데 뜻이 맞아 고추를 함께 지었고, 지금은 그 뒷그루(후작)로 양파를 짓고 있다.

 

고추, 양파 같은 작물을 공동경작하는 게 다가 아니다. 바쁠 땐 품앗이로 서로 돕고, 농산물 소비자를 서로 이어주거나 공동판매를 꾀한다. 딱 들어맞는 보통명사가 떠오르지 않아 ‘생태농사모임’이라 하기도 하고 ‘생태공동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온새미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생긴 그대로, 자연 그대로’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이다.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면서 농사가 한가해지자 모임을 함께 하는 주란 씨와 정화 씨는 토요일마다 노점을 열어왔다. 얼마 전 완주군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읍내 미소시장에서다. 좌판에 올리는 품목이라야 우리 <온새미로> 식구들이 손수 기른 잡곡과 채소, 과일이나 참기름, 효소음료 같은 소박한 가공품이다. 노점 문패도 달았는데 특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아기자기텃밭>이다. 나한테도 유기농 쌀(현미, 백미, 찰현미)을 소포장해서 내놓으라기에 두 말 않고 응했다.  

 

두 사람이 노점을 여는 것은 손수 기른 유기농 먹거리를 나누는 즐거움,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 그 속에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 같은 매력 때문일 게다. 하지만 ‘농한기 농가부업’이라는 측면도 숨길 수 없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노점도 ‘방학’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나는 난로다> 행사장에 먹거리 장터가 열린 것이다.

 

그제는 네모난 번철, 가스버너, 플라스틱 접시 따위를 장만했고, 어제는 식재료를 사다가 하루 종일 다듬었다. 마침내 오늘, 방수포를 씌운 임시가게에서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손님이 몰려들면서 지글지글 전부치는 소리와 고소한 기름내가 장터에 퍼졌다. 요리에 젬병인 나는 이번에도 필요한 물건을 대주거나 설거지 같은 허드렛일을 맡았다. 첫날인데다 평일이어서 소득은 그다지 보잘 것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시작이 반, 아직 이틀이 남았으니 실망할 것까지는 없다. 내일부터는 막걸리도 함께 내놓기로 했다.

 

이 겨울, 완주 벌판을 달구는 것은 비단 고효율 화목난로만이 아니다. 전을 붙이는 번철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다시 떠오르는 생각. 마음이 가는 대로,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꾀하는 삶. 실속 없는 겉치레가 아닌 ‘온새미로’ 다채로운 삶. 그것이야말로 참된 풍요가 아닐까 싶다. 

 

 /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차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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