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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만들기는 사람만들기다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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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지역만들기는 사람만들기다

 

 

일본의 비와호라는 큰 호수에서 수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부도(浮島 : 떠 있는 섬)를 연구한 적이 있다. 물 위에 쉽게 뜨는 재료로 섬을 만들어 그 위에 식물이 자라게 하고 그 식물이 호수의 영양물질을 흡수하여 수질을 개선하는 연구였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영양물질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종자를 부도에 심었다. 하지만 몇 달 후에 연구자들은 부도에 무성하게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자신들이 심었던 종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부도의 환경에 적합한 토종 종자가 학자들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식물을 대체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자연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기반만 만들어 주면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충남 서천군은 너른 논 평야지를 가지고 있고 생산여건이 좋아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었고 일제 강점기에 장항읍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이루어져 1970년대에 20만의 지역주민이 거주하던 곳이지만 지금은 인구 6만이 무너진 쇠퇴하고 있는 농촌지역이다. 참여정부 시절 이러한 농촌지역에 지방정부가 스스로 자발적인 발전계획을 세워 재량권을 가지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신활력사업이라는 지원정책을 추진했는데 서천군도 신활력사업의 대상지역이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신활력사업으로 특정 산업이나 사업에 집중하였지만 서천군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에 비중을 두었다. 이러한 사업 중에 대표적인 것이 지역혁신포럼이다.


지역혁신포럼사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사업이나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가진 주민이 동아리를 구성하면 학습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습동아리는 전문가 초청강좌를 열거나 선진지역 견학을 할 수 있으며 토론회, 세미나, 워크숍 등의 학습활동을 할 수 있다. 학습활동의 결과물은 사업계획서가 되어야 하고 사업계획서가 적절하면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검토한다. 현재 우리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의 예비창업공동체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셈이다. 4년간 지속된 이 사업을 통해 서천군에는 철새포럼, 지산지소 포럼, 민박포럼, 학교포럼 등 30여개 학습동아리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일부 동아리는 실제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서천군의 해안가 민박집으로 구성된 민박포럼은 학습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민박시설이 모텔이나 펜션에 비해 깨끗하지 못하고 정해진 가격이 없어 언제나 바가지를 쓸 수 있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시설을 정비하고 공동 홈페이지를 만들고 자율적인 정찰가격제를 시행하였다. 민박집들이 이렇게 자율적인 노력을 하자 서천군은 통합브랜드를 만들고 간판을 정비하는 지원을 하기도 하였다. 민박사업이 활기를 띠게 되자 십시일반 돈을 모아 버스를 구입하여 서천역과 민박집을 오가는 셔틀버스와 지역투어버스로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지역에서 생산하는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집으로 직접 배달을 하는 지산지소 두부공장이 만들어졌고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서천의 청소년에게 인문학과 직업교육을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되었으며 지역주민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조그만 카페를 만들기도 하였다. 


지역 만들기는 일본 비와호의 부도와 같다. 부도라는 기반만 있으면 자연이 스스로 일을 하듯이 지역 만들기는 지역의 주민이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지역 주민은 어떠한 계획가나 활동가보다 지역을 더 잘 알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이 모여서 만든 계획은 전문가가 만든 계획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며 때론 더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지역 만들기는 곧 사람 만들기라고 한다. 이는 지역 만들기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바로 인적자원, 즉 사람이기 때문이다.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임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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