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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완주에 뿌리내리는 중 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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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댁의 시골살이 1]나는 지금도 완주에 뿌리내리는 중

 

30년 넘게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신랑이랑 종종 “마흔쯤 되면 시골가서 살자.” 그랬다. 
그저 어쩌다 로또복권을 사고나서 “이돈으로 뭐할까?”라고 설레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처럼 시골에서의 생활을 꿈만 꿨다. 빠듯한 일상 때문에 잘 준비해 시골로 내려가겠다는 내 야무진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물론 이글을 쓰고있는 지금 나는 횡재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러 귀촌한지 꼭 2년이 되었다. 
 
고향이 없는 세대, 나도 고향을 갖고 싶다.
부모님 세대와 달리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고향이 없다. 그저 가끔 찾아 갈 할머니댁 정도이지 ‘마음의 고향’이란 것이 없다. 그래서 “어디로 가지?”부터가 고민이다. 연고가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다 낯설고 어렵다. 그나마 나는 내가 했던 일이 지역의 선진 마을들을 지역리더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면서 시골마을을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늘 막막했다.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바로 이곳이야’라고 필 받지 않는 이상 지역에 대한 모든 정보들은 학습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귀농에 대한 내 질문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디 가서 뭐 먹고 살지?”로 서울 생활만큼이나 팍팍해지고 미지의 세상으로 걸어들어 가는 것 같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귀촌 3년째, 지금도 알아가고 배워가며 뿌리내는 중


그저 지역에 내려가 사는 일을 가끔은 꿈처럼, 가끔은 불가능하고 막막한 현실로 느끼던 어느 날 지금 일하고 있는 센터에 일할 파견자로 내려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나도 흘려들었다. 그러나다 불현듯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내가 지역에 내려가서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이었다. 신랑도 십분 동감했다. 서울에서 두 달여간 준비하면서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달랑 짐가방 하나 들고 내려왔다. 집도 절도 없이.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참 용감했다. 


내려와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생각으로 사무실 근처를 돌아다녔다. 부동산이 없다. 마을주민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도시에서만 살던 나는 외국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고산면사무소를 찾아가 문의하니 직원이 알려 준 것은 고산면 이장님들 연락망이었다. 사무실 앞 마을 이장님은 내일처럼 집을 알아봐 주셨는데 돌아오는 답은 “집이 없다”는 것이다. 농촌에 빈집이 늘고 있고 집을 구하는 것이 쉬울 줄만 알았다. 집이나 땅에 대한 정보가 있어도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않는다. 2년쯤되니 이제야 아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분들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지역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갖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직접 격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이것이 귀농귀촌 카페나 귀농귀촌학교들을 돌아다니며 더 좋은 곳, 기회의 땅을 찾으려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잘 준비해서 내려오겠다”는 것은 결국 귀농귀촌을 못한다는 말과 같다. 막연한 “준비”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고향이 없는, 뿌리가 없는 세대가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 들어와 겪으면서 부딪히고 맺어지고 두터워지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잘 정착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가는 것 같다. “준비”는 완료상태가 아니다. 다 준비된 상태에서 이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 한 후에도 늘 뿌리내리기 위한 준비를 하는 셈이다. 나도 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싶다.


/이영미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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