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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5] 아낌없이 주는 잡초2023-05-16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5] 아낌없이 주는 잡초

봄은 푸릇한 들풀이 대지를 가득히 채우는 반면 인류가 먹고 살기 위해 밭갈이를 하는 때로 자신의 생명을 위해 일하는 시기이다. 이맘 때 일하지 않으면 열매를 수확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이 땅이 주는 양분을 먹으며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대지의 들풀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있다. 관행농업에서는 잡초로 전락해버린지 오래이지만 소농이나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귀한 먹거리로써 밥상을 채워주고 있다


냉이는 초봄부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들풀로 나물이나 국으로 또는 튀김으로 솔찬히 차려진다. 냉이처럼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잎을 펼친 모양이 마치 장미꽃과 닮았다 하여 겨울을 나는 들풀을 로제트(rosette)라고 하는데 민들레나 지칭개, 뽀리뱅이, 엉겅퀴, 등이 그 예로 봄나물로써는 안성맞춤이다. 꽃이 피기전에 뿌리를 캐어다 쓴맛을 빼고 밥상에 올리면 이른봄 우리몸에 쌓여있는 염증의 배출을 도와주고 간기를 원활하게 한다. 또한 대부분의 봄나물은 기관지염에 효능이 있는데 이는 겨울철에 지친 우리의 호흡기를 보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철마다 아니 절기마다 달라지는 들풀의 식생과 모양을 통해서도 자연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들풀은 식용부위에 따라 먹는 방법과 효능이 달라지는데 5월은 대부분의 봄풀이 꽃이나 열매를 맺는 시기로 이제 곧 씨앗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농업에서는 씨앗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밭을 갈아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도 소를 이용해 논밭을 가는 소갈이를 해왔고, 현대에 와서는 트랙터를 이용해 밭을 갈고 있다. 그렇게 풀을 잡아 그 대신에 작물을 심는다


밭을 갈기 전까지 귀한 나물이었던 들풀은 어느새 쓸모없는 잡초가 되어버리고, 대지는 초원에서 사막화로 그 모습이 달라진다. 땅에 기대어 살던 여러 생명들, 미생물은 밭을 가는 동시에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토양 아래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노출된다. 토양의 식물은 대기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그리고 흡수한 탄소를 뿌리를 통해 토양 속의 미생물에게 제공한다. 미생물은 질소와 여러 영양소를 식물에게 공급하는데 그 과정에서 '글로말린'이라고 불리는 탄소 접착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들풀은 이것을 통해 탄소를 토양 속에 잡아두는 것이다. (다큐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 참고)

 

실제로 자연농이나 퍼머컬처에서는 땅을 갈지 않고 들풀과 공생하는 농사를 제시하며 세계의 많은 소농들이 자신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밥상에서는 먹거리로, 텃밭에서는 토양을 복원하는 고마운 식물.


탄소는 토양과 더불어 우리몸을 구성하여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생활 전반에 걸쳐 탄소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이 되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보다 쉽고 빠른 방법은 잡초라 불리는 들풀을 활용하는 것이다. 땅을 갈거나 풀을 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되 작물과 공생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풀을 베어 덮어주는 농사. 휴경지를 만들거나 그곳에서 약초로써의 풀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생명은 하루도 빠짐없이 먹으며 산다. 나는 이 말을 자주 깊이 새기면서도 집에서 밥 한상 차리기가 쉽지 않아 농사를 짓다가도 종종 외식을 하러 나가곤 한다. 그러면 음식을 정성들여 차려주신 식당 사장님께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내 스스로 나를 위해 밥을 짓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다


간소하더라도 더 자주 농사를 짓고 밥을 지으며 살고 싶다. 얼마전 자연농을 하시는 선생님께서 'what your food ate(당신의 음식은 무엇을 먹었는가)'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책의 제목을 듣고 적잖이 놀라웠다. 내가 먹은 음식이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 묻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나. 나는 이 문장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5, 입하가 들어서며 모종 아주심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전보다 풀을 덜 베고 그대로 두는 식의 농사를 짓고 있다. 땅을 갈지 않더라도 풀이 자라나기도 전에 계속해서 베니 밭의 양분기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풀을 길러 그대로 덮어주면 풀거름이 된다.


올해는 풀을 두려워말고 오히려 키워서 땅으로 돌려주는 농사를 지으려한다. 지금은 좀 작게 먹더라도 몇년 후를 바라보며 때를 기다리려 하는 것이다. 숲을 닮은 토양이 회복되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직접 보게되기를 바래본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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