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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6] 진득찰 이야기 2022-08-16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6] 진득찰 이야기

진득찰 이야기


하루에 매일같이 관찰하는 것이 집앞을 나서면 보이는 짙푸른 녹색의 풀이다. 집앞 마당에서부터 텃밭을 가득 채운 모습까지 조금만 틈이 있다 싶으면 자리를 꿰차고 올라오는 수십종의 들풀들. 게다가 올해는 농사보다는 경제적인 활동을 위해 바깥생활에 초점이 맞추어 지다보니 못보던 풀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진득찰, 번행초, 깨풀... 분명히 땅속에서 오랜기간 행적을 감추고 있다가 나올만한 시기를 보아 내가 일하러 간 사이를 틈타 올라온 듯 하다. 나는 이렇게 만난 풀도 인연이라고 이름 한번 특이한 진득찰에 대해 찾아보았다. 진득찰은 풀 전체에 끈적끈적한 선모가 있어 찰싹 달라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진흙처럼 진득함과 끈기있고 차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특히 고혈압에 단방약초로 당뇨나 비만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진득찰에 있는 성분이 혈관을 이완시켜 심장 건강과 혈당의 수치를 낮추고 염증을 줄이는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진득찰 추출물, 진득찰 단백질이라고 불리우며 건강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한껏 떠올라 있다. 진득찰을 바라보니 풀 하나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과 느낌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저 몸에 좋다고 인터넷에서 진득찰을 구입을 했다면 생김새도 모를 일이었을텐데 가공 되기 이전의 아니, 지금 모습 그대로 나와 같은 곳에서 살아 숨 쉬는 이 생명을 보니 그저 싱그러운 푸르름만 간직하고 싶다.

 

나는 잡초라 불리는 야생초 군단에 관심이 많아 종종 이것저것 찾아보곤 하는데 텃밭이야 말로 잡초가 살아가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숲으로 우거진 곳에서는 일조량뿐만 아니라 키가 큰 나무나 관목 덩굴식물 사이에서 살아남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에 인간이 매년 밭을 가는 그 곳에 씨를 뿌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밭을 갈면서 땅이 한번씩 드러날 때마다 공기층과 만나 번식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하니 같은 지구의 생명으로서 생존능력이 뛰어난 이들에게 오히려 이용당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하.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이 현상이 신비롭게 느껴지고 반가운 것일까? 이 시기쯤 마을에서 우리집을 찾으려면 숲에서 길을 찾듯 풀사이를 헤치고 들어와야 하나니. 길가에는 호박 넝쿨이 여기저기 손을 뻗어있고 담벼락 대신 돼지감자와 피마자 어느새 사람 키보다 훌쩍 커버린 망초와 명아주가 가림막을 대신해주고 있다.

 

풀을 관찰하는 것은 어떠한 식생과 환경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주변의 생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 그리고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애정과 즐거움이 동반되는 것 같다. 농사를 지으며 텃밭의 작물을 바라볼 뿐 아니라 작물 옆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풀 그리고 그 주변으로 셀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거미줄처럼 세밀하게 엮여있는 인간의 삶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오늘은 집앞을 나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익모초를 보았다. 그 아래로 질경이와 저 너머로 토끼풀 군단도 보았다. 한적한 시골에서도 막연한 외로움이나 심심할 틈이 없는 건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생명들이 주변에서 나와 눈을 마주치기 때문은 아닐까. 내일은 또 어떤 풀을 만나게 될까 떠올리는 것으로도 설레이는 밤이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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