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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1] 새봄이 왔어요~♪ 들풀이 왔어요~♪2022-03-17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1] 새봄이 왔어요~♪ 들풀이 왔어요~♪

새봄이 왔어요~들풀이 왔어요~


봄이 가까워지면서 설레는 마음을 부추기는 건 차가운 기운을 뚫고서 하늘을 바라보는 들풀의 모습 때문 아닐까. 아직 텃밭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니 나의 발밑에서 부터 꿈틀거리는 생명들이 지평선 너머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들풀은 언제나 초원의 영역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의 노랫말처럼 어쩌면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는 초원의 풀들이 잡초로 여겨지기보다 고요히 하늘거리는 푸르른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긴 추위가 유난했던 올겨울, 땅에 납작 엎드려 시린 바람을 이겨낸 풀들을 보면 그 강인함에 절로 감탄이 자아진다. 괜스레 춥다며 이불 속에서 늦잠 자던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텃밭에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얼굴을 내미는 다양한 풀들이 일제히 기지개 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힘은 천하장사도 뛰어넘는다. 손가락 한 마디 만큼 자란 들판의 개쑥갓 꽃을 보고 있노라면 생존을 넘어선 생명의 신비가, 온 우주가 그 속에 담겨있는 듯하다.

 

3월의 이른 아침, 짝꿍 정익, 반려견 둥글이와 함께 화암사 산책을 하다 어느새 얼굴을 내민 복수초 꽃봉오리를 보았다. 영롱하고 오묘한 노랑빛깔이 우리에게 새봄이 왔다고 알려주며 귀엽게 인사를 한다. 매해 보아도 그 신비로움에 취해 복수초 꽃을 한참을 바라보다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본다. 요즘에는 푸른 하늘 아래 봄이 왔다고 봄바람도 슬슬 부는가 하면 집 마당에는 어느새 큰개불알풀이 파랑의 귀여운 손짓을 하고 있다. ‘안녕! 나야 나~ 큰개불알풀! 봄이 오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미소 짓곤 하지. 후훗~! 멀리서도 나를 보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기분이 더 좋아질 거야~!’

 

들꽃과 들풀은 언제나 우리에게 손짓하며 말을 걸고 있다. 간혹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과 눈을 마주칠 때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 듣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지금까지 들풀을 만나며 이름도 알게 되었다. 특히 모든 생명이 겨울을 지나고 새봄을 맞이할 때면 그동안 할 말이 많았다는 듯 여러 가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봄철은 들나물과 산나물을 먹고 한해의 면역력을 챙기는 계절이라고 한다. 그 혹한 추위를 노지에서 견뎠을 들풀에게 고맙다고 박수를 치며 곧 한창일 쑥과 머위, 곰취, 참취, 쇠별꽃, 민들레, 질경이와 친구들을 만나는 날을 기대해본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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