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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완주이야기 51] 완주 한 바퀴2018-09-03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51] 완주 한 바퀴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51] 완주 한 바퀴


완주군민 용진읍 녹동과 상운리를 잘 알며 표지석이 많아 묻지 않아도 판단이 쉽다. 봉서재 비석은 밀양박씨 재실 봉서재(鳳棲齋)’ 입구 안내 표지석으로 희한한 사연을 지녔는데, 비석 선 곳이 나라 땅이므로 해마다 자릿값을 낸다. 여기서 종남산 기슭까지는 골이 깊고 넓어 물이 많으며, 녹동이 수구(水口)로 여기를 지나 소양천에 합류한다. 녹동 뒷산 참나무 밭엔 명필 김정희·이삼만 양 선생 글 글씨를 새긴 묘비가 있다.


자동차 길을 따라 동진하면 소문난 로칼푸드 시원지(始原地)봉서골이다. 200m 쯤 위쪽 도로변에도 해마다 공과금을 내는 비석이 또 있다. 비문을 대충만 읽어도 주민과 설립자의 정성과 정신을 쉽게 알 수 있다. 간중초등학교 정문 앞 모정(茅亭)은 장유유서(長幼有序삼강오륜(三綱五倫)의 교훈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2칸 중 북편 마루는 어른들 공간, 남쪽은 젊은이의 자리로 나뉘었다. 소양면으로 넘어가는 길이 좋아 차량 통행이 편하며,, 전북동원훈련장은 잘 잡은 터이다. 원래 고산면 성재리(聖才里) 안수산(安峀山, 安睡山) 아래에 개설했으나 고산면민 일부가 끈질기게 반대하여 부득이 이곳으로 왔다. 고산 사람은 이제야 후회한다.


지역마다 뾰쪽한 몇몇이 나라 백년대계를 뒤흔든다. 고개를 넘으면 대흥리. 송광(松廣)이라 해야 이해가 빠르다. 송광사는 옛날 송광사가 아니다. 돈을 어떻게 마련했나 알 수야 없지만 새로 세운 웅장한 건물이 여러 채이다. 허허했던 경내가 아늑하며 불자 아니더라도 경건한 마음이 든다. 오후 7시 십자각 범종을 친다. 치는 횟수를 잊을까 보아 주판알을 실에 뀌어 치고는 한 알씩 옮겨 착오 없게 한다. 연못이 거찰(巨刹)임을 알리며 제대로 갖춰가는 편이다.


슈퍼(가게) 한마당!. 실은 이집 앞에 30인은 너끈히 앉을 수 있는 너른 돌판 고인돌이 있어서 이 주변을 한마당이라 했는데, 1970년대 다리를 놓으며 고인돌을 묻어버렸다. 벚꽃 길 마수교 근처는 고인돌 마을이었으나 개발 과정에서 사라졌다. 해월산 아래 전북체육중·고등학교는 많은 돈을 들여 운영한다. 순두부집 마을을 화심(花心)이라 하는데 실은 구진리이고, 유상리 쪽 4진사 운운하는 묘로 유명한 동네가 진짜 화심이다. 이 길 따라 서진하면 상관면소재지. 가기 전 양편 산 속 숲은 조용하며 공기가 맑아 칙칙한 맘을 가라앉히는 데 적격이며, 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경각산 쪽 새 길을 넘으며 구이면이고, 여기서 호남로를 타면 이서면 전북혁신도시이다. 틈나면 한 바퀴 돌만한 내 고장 명소이다. 마을 하나하나를 뒤지기 전에 이 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면 접혀졌던 애향심이 활짝 펴진다.

 

꼴 보기 싫은 사람 잊기에는 이 한 바퀴가 최고라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송광사 일주문)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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