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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완주이야기 41] 와룡리 김순탁(金順卓) 농사법2017-11-07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41] 와룡리 김순탁(金順卓) 농사법

와룡리 김순탁(金順卓) 농사법



김순탁 농업인의 농사 비결 제1조는 밑거름을 몽땅 주기이다. 두엄, , 쇠똥, 닭똥을 충분히 삭혀 놀랄 만큼 땅 깊이 주고 갈아엎어 때를 맞춰서 흙을 골라 씨를 뿌리면(묻으면) 떡잎부터 무럭무럭 자라 솎아내야 하는 데 두 식구가 못다 먹고 뽑아내도 자꾸 자라나니 이웃과 친구에게 마구 준다. 받는 이마다 고마워 손이 크고 인심이 후하다 칭송하며 하늘이 낸 사람이라 치하한다. 어느 장소에서 마늘과 양파를 파는데 외상을 주며 적지를 않는다. 살짝 물으니 믿고 준다는 게다. 뒤에 들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갖다 주더란다. 가을 추수를 마치면 방아를 찧어 쌀을 싣고 다니면서 친구 친척에게 나눠준다. 여름철 마늘과 양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천사라 하는 말을 필자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들 4형제를 잘 가르쳐 그 며느리까지 8인 모두 직장이 있다. 공부 잘하는 손자는 미국에서 데려다 장학금을 주며 가르친다고 한다. 평생 집짓기와 농업에만 전념을 하니 손금이 달아 보이지를 않고 손바닥은 구두창처럼 뻣뻣하며, 손등은 마치 거북 등과 같다. 비록 수족이야 이렇지만 기분 좋게 일하며 하는 소리는 즐거울 때 나오는 탄성이다. 뽑은 마늘 밭에 있을 때 비가 내려도 짜증을 내지 않고 물에 씻겨져 좋다는 품성이다.


같은 마을 농부 강철문(가명)은 농고를 나와 아는 게 많다. ‘최소 경비 최대 효과를 강조한다. 이 말에 반대할 자 없어 지켜만 본다. 그런데 김순탁하고는 아주 농사법이 달리 일속에 묻혀만 산다. 밑거름은 저울에 달아 넣으니 작물은 약하고 드물어 사이에 풀만 자라 쉴 새 없이 매야한다. 비료 자주 주려니 늘 바쁘고 잔일이 많다. 종자 비료 값 아끼려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소출이 적은데다 농산물 찾는 이가 없어 늘 정부에 욕하며 불만 속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통해 한 자리를 하려거든 김순탁 밑거름을 하듯이 미리미리 바닥 표를 생각해 둬야한다. 투표가 임박해서야 가상의 숫자 주판알만 튕겨 대선 위의 강철문 꼴 흉작을 면하기 어렵다. 김순탁은 훈장 받아 마땅한 농업인이나 선거 전후 손 한 번 잡아주는 사람이 없단다. 부인은 허리가 휘었다. 김순탁씨의 농사경력 70. ‘이제 80살 일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그의 독백에 눈물이 난다. 지기 땅 외에 남의 논밭을 붙이고, 율곡리 종산, 소양면 사촌 산자락, 화산면 귀두골을 일궈 생강, , 배추, 고추, 토란 깨를 심어 남에게 퍼주던 그 열성을 알기 때문이다. 어찌 김순탁 뿐이랴. 조선왕조에선 나이 80이 넘으면 수직(壽職)을 내렸다. 정부가 80 넘은 농업인에게 할 예우가 없는가? 아이와 농업인을 국보(國寶)’라 부를 시절이 왔는데도……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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