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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완주이야기 39] 새우젓 안주, 고산 막걸리2017-09-07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39] 새우젓 안주, 고산 막걸리

새우젓 안주, 고산 막걸리



술 한 말 들고는 못가도 뱃속에 넣고는 간다.’는 호주가와 뜨물도 술이라면 마시는애주가가 있었고 배고파 술 마신 사람 여럿이었다. 점심 때 시장에서 만난 친구 밥 먹자가 아니라 술 한 잔 하세나하며 주점이나 주조장에 끌고 들어가 한 잔씩 하던 195060년대 이야기이다. 주조장에 들려 술 한 되를 청하면 푹 퍼주는데 안주라곤 고작 새우젓 한 가지. 오후엔 건더기는 이미 사라져 그릇 바닥엔 왕소금 덩어리만 써그럭써그럭. 위생이고 무어고가 없이 손으로 집어먹던 시절이었다.


고산주조장에서 고두밥에 누룩 버무리던 일꾼이 부러웠다. 술은 짐자전거에 술통을 싣고 옆에 각각 하나씩 매달아 비포장 자갈길을 달렸다. 고산주조장은 대단해 협실에 살던 율곡리 이경근과 교사 오형곤이 부럽게 보였다. 술 시대라 병 잘 나고 의료보험제도가 없어 신일약방(김석탁), 김정자약방, 유약방(유홍식)이 잘 되었다. 잡화(김덕용), 그릇(김칠만), (유삼동), 농기구(), 제재소(), 물감(조중철), 학용품(유탁식), 비료(유유식), 옷감(구영철), 과일(서성수), 라디오(오택선)상이 잘 되어 고산 부자(?)소리를 들었다. 교통이 나쁘고 정보가 어두워 부르는 게 값이요, 감히 깎아 달라지도 못하며 제 발로 찾아드니 소비자가 천덕꾸러기였다.


군산옥 음식점은 젊은 여인을 고용했던 업소이었다. 양덕권·이정구 모친 절편과 국수, 태 어머니 비빔밥은 고산내시장 대표 음식이었다. 경주김씨, 기계유씨 제주고씨 항렬에 ()’자가 있어 만식, 창식, 태식, 대식, 두식이 많았고 장바닥 껄렁패와 이름이 같아 오해 받은 사람이 더러 있었다.


오광선·구양서 대서소에 손님이 많았다. 주민들은 글을 모르고 양식이 복잡한데다 공무원은 불친절해 대서소를 거쳐야만 서류가 접수됐다. 이리저리 화가 나고 때로는 서사가 고마워 한 잔 술이 보답이었다. 난장판 구경 왔다 주머닛돈을 발린 사람 중엔 여인들도 있었다.


이러네저러네 푸짐한 곳은 송아지부터 대각 황소가 땅이 꺼지도록 나온 쇠전마당이다. 거래가 이뤄지면 여기서도 막걸리 잔이 오갔다. , 강아지, 돼지새끼 전에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술을 빚어 돈을 번 이존형과 정치인 이존화는 ()동항으로 민의원에 나란히 입후보하여 전주이씨 전성기를 이루었다.


갈퀴 나뭇짐을 빼놓을 수 없다. 장사 가장 잘 안 되는 곳은 주재소 근처로 웬일인지 장꾼이 오지 않았다. 장수 상가는 유유식 사료점이다. 고산주조장 복원이 왜 더디나. 소주 맥주 위스키 양주 포도주가 젊은이의 뱃살을 찌개 한다. 고산장에서 옛 이야기하며 막걸리 한 잔 할 만한 주점은 어디 있나.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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