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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읽는 세상 5] 사랑가를 시조로…2017-07-03

[시조로 읽는 세상 5] 사랑가를 시조로…


사랑가를 시조로…



송도삼절(松都三絶)중 두 사람이 서로를 남몰래 사랑한 이야기가 시조로 전해지고 있다. 화담 서경덕과 황진이의 이야기다. 송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서화담을 유혹하기 위해 황진이는 성거산(聖居山)에 은둔하고 있는 화담을 찾아간다. 하얀 비단옷을 입은 채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초막에 들어온 황진이를 보고 화담은 황진이의 옷을 전부 벗기고 물기를 닦아준 후 마른 이부자리에 황진이를 눕혀 놓고 자신은 책상에 앉아 읽던 글을 계속 읽었다. 밤이 깊어 지자 황진이 곁에 화담이 누웠다. 콧대 높은 황진이는 속으로 이제 되었고나하고 쾌재를 불렀지만, 화담은 곧바로 코를 골며 잠이 들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황진이를 대접한다. 자신의 의도가 어긋난 황진이는 비로소 화담을 유혹하려는 마음을 접고 화담의 제자가 되어 그 곁에 남는다. 황진이와 연인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화담은 다음과 같은 시조를 남긴다.

 

마음이 어린 후()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내 님 오리마난

지난 닙 부난 바람에 행여 긘가하노라

 

- 풀이

마음이 어리석고 보나 하는 일마다 모두 어리석다

만 겹 구름이 둘러싸인 성거산에 어느 누가 나를 찾아오겠는가

바람결에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듣고 혹시 그녀가 왔을까

 

화담의 시조를 들은 황진이는 답가를 남긴다.

 

내 언제 무신하야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에 지난 닢 소래야 낸들 어이 하리오

 

- 풀이

내가 언제 신의 없이 님을 속였기에

달 밝은 깊은 밤에 아무 일도 못하겄네.

가을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까지 내가 어쩌겠는가?

 

서로를 흠모하지만 마음 속의 사랑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두 사람이 각기 시조로 달랬음을 알 수 있다.

 

정신적인 사랑(플라토닉 러브)로 끝난 화담과 황진이와는 다르게 사랑을 이루었던 사람 송강 정철과 진옥이 있다. 조선시대 선조대왕 제위시 송강 정철은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할 것을 주장하다가 선조의 노여움을 사서 강계로 유배되었다. 유배지에서도 술을 좋아했던 송강은 이별의 아쉬움으로 시문을 썼을 것이다. 유배지 강계에서 어느날 아리따운 기녀 진옥을 만났다. 그녀와 주고 받은 시조가 시조집 권화악부(權花樂府)에 정송강 여진옥상수답((鄭松江 與眞玉相酬答)이란 기록으로 남아있다. 연인의 사랑 놀음과 해학이 시조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송강이 먼저 진옥의 거문고에 맞추어 노래한다.

 

()이 옥이라커늘 반옥만 너겨떠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적실(的實)하다

내게 살송곳 잇던니 뚜러 볼가 하노라

-정철(鄭澈) 근악槿樂) 391-

 

송강의 노래가 끝나자 진옥은 곧바로 답가를 부른다.

 

()이 철()이라커늘 섭철만 녀겨떠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잇던니 뇌겨 볼가 하노라. 

-진옥(眞玉) 근악槿樂) 392-

 

진옥의 노래가 끝나자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송강은 탄복한다. 희롱하듯이 은유적 표현으로 노래한 자신의 시조에 진옥은 대구형식으로 멋지게 노래했다. 두 사람은 상대를 서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반옥은 진짜 죽은 이의 입에 넣어주던 밥으로 만든 가짜 옥인데 비해 진짜 옥(眞玉)을 기녀 진옥(眞玉)에 비유했고, 살송곳은 남자의 성기(性器)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런 송강의 의도를 진옥은 알아듣고 자신도 역시 섭철은 잡것이 섞인 순수하지 못한 철인데 비해 송강 鄭澈을 진짜 철 정철(正鐵)이라고 표현했다. 살송곳의 대구에 자신을 골풀무로 비유하여 노래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시조놀음과 함께 깊어간다.

 

대문호 송강과 도학계의 거성(巨星) 화담과 그 연인들이 주고받은 노래속에서 깊은 해학과 철학 그리고 연정을 볼 수 있다.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수많은 사랑 혹은 애정 시조들이 있었을 터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노래가 있고, 노래가 있는 곳에 사랑이 깊어지는 것은 변함없는 전통일까? 생활고를 이유로 결혼하지 않는 청년층의 고뇌가 사랑의 힘으로 깨어지기를 기대한다. 사랑은 실패를 모른다. 사랑하는 것 자체가 이미 열매이기 때문이다. 사랑노래가 오늘도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

 

/시조시인 명륙 안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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