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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공동체이야기] 땅강아지의 노고2017-04-03

[완주공동체이야기] 땅강아지의 노고


땅강아지의 노고



이제 슬슬 논갈이가 시작됩니다. 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논을 가는 일은 즐거운 풍경을 만드는데 그 중의 하나는 농기계를 졸졸 쫒아다니며 땅속에서 나오는 곤충을 잡아먹는 황로, 땅강아지들의 출현입니다.


그 중에 땅강아지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입니다. 간혹 여름밤에 불빛을 보고 날아오기도 하지만 이것도 굉장한 운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는 환경이 변하고 농사를 짓는 방식에서도 많은 부분이 기계화가 되어서 인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곤충은 아닙니다. 혹자는 이 친구가 인삼밭에서 인삼을 먹고 자란다고 해서 약재로도, 한편으로는 해충으로 대접을 받는 모양이지만 알게 모르게 땅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공기순환을 돕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땅속을 헤집는다는 것은 공기 중의 다양한 영양소를 땅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지요. 모든 미생물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좋은 토양의 조건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마을 사업을 하다보면 누구나 다 앞장서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역할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성격상,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잘 할 거라고 응원하는 사람 등 긍정적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위급하거나 위기를 맞이할 때 든든한 응원의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땅강아지처럼 외부와의 소통, 내부의 소통의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마을 사업은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얼만큼 되는 가에 성패를 가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을부녀회를 들 수 있습니다. 잔치를 하거나 마을의 대소사의 행사를 하게 되면 보이지 않게 숱한 많은 일들을 하십니다. 거기에는 나이가 필요없습니다. 젊은이보다는 오히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일을 해 내십니다. 그렇다고 마을 사업에서 빛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일에 대해 고마움(?), 수고비(?) 이런 것도 없습니다. 다만 마을이 잘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몸 생각하지 않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힘을 쓰는 일이 아닌 경우, 또 마을 일을 생색내야 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이런 분들의 합류가 절대적입니다.


최근에야 창포마을 다듬이 공연단, 산봉마을 민요합창단으로 다른 역량을 보이는 마을도 있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마을들을 더 응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이라도 자신의 일이 드러나고 빛을 발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라’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일을 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 이웃의 어려움을 먼저 배려하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에 나서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보이지 않게,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면서 부족한 곳을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곤충의 세계에도 해충도 있고, 익충도 있지만 어울려 살고 있다는 것을 마음에 가졌으면 합니다.


올해도 이제 슬슬 마을 사업이 선정과정을 끝내고 교부에 들어가면서 출발점에 와 있습니다. 땅을 갈고, 물을 대고, 씨를 뿌리며 가을 추수의 대풍을 꿈꾸며 시작하는 이즈음에 우리 마을사업도 그런 멋진 그림이 그려 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의 물꼬를 트는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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