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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행보] 都市飮食_도시음식<10>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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都市飮食_도시음식<10>

이것이 서울이다


잠들기 전 누워서 보름달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다. 뒷산까지 이어진 논을 보며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신다.  논뷰view는 우붓ubud에 뒤지지 않는다. 가끔 외롭고 쓸쓸하고 대부분 심심한 시골생활이지만 평화롭고 행복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갈 이유는 없다. 월세 내는 집이 생겼으니 전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살기도 쉽지 않다. 그리운 것은 친구들과 음식.

 

일터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시작되었다. 경축. 서울에 왔다.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 밥을 먹는다. 먹고 싶은 것은? 우리동네에 안 파는 것. 도시사람들은 시골밥상을 그리워한다지만 2년차 귀촌인은 도시음식이 그립다. 그래도 완주에 계속 살 거야? 우선은. 어디 가고 싶은 데도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거기서 거기니까.

 

어떤 영향도 주고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도시생활. 손해보지 않아야 하고, 피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극도로 조심하고 세밀한 규칙을 만든다. ‘사람냄새'는 사라지지만 최소한의 심리적, 물리적 안전은 보장되는 편. 반면에 시골살이는 엿가락처럼 진득진득. 달고 진하지만 손가락을 쪽쪽 빨아야 먹기가 끝난다. 일회용으로 포장된 사탕은 쏙 까먹으면 그만. 지역의 어른들은 삶의 배경과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고, 선배 귀농귀촌인 역시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경우 역시 조금다르다. 지나친 관심과 참견이 피곤하지만 그러려니. 따뜻한 배려와 도움의 뒷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적절한 거리를 찾는 중이다. 도시의 합리적 규칙이 편리하지만 최선이 아닌 것처럼 마을의 온기'가 고맙지만 모두에게 편안한 게 아니니까. 어디서든 노력하면서 함께 잘 살아야 하는 것이므로.

 

가끔씩 서울에 오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워도 만나기까지의 시간은 괴롭다. 너무 많은 소리를 들어야 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봐야 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피해 움직인다고 해도 버스와 지하철, 도로와 건물 안에 사람들이 엄청나다. 언제나. 서울은 건물도 차도 오토바이도 사람도 글자도 소리도 뭐든지 너무 많다. 그래서 맛있는 것도 많은 거겠지. 재밌는 것도 많고.

 

어제는 친구집에 갔다가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에게 검문'을 당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서울은 의심도 너무 많다. 타인들이 모여 살 때 신뢰를 갖기가 어려우니 조심과 걱정을 하는 거겠지. 이해는 하지만 서울사람들은 대부분 늘 화난 얼굴이어서 무섭고 슬프다. 방문자든 거주민이든 동호수를 헷갈려 길을 잃을 수도 있지. 내가 수상한 사람으로 보였을까. 도둑보다는 광고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의심 가득한 표정과 화난 목소리. 피곤하고 피곤하다. 시골에서 맺는 관계는 너무 끈적한데 도시는 너무 서늘해서 무섭다. 이것이 서울이다.

 

밤늦도록 차가 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야 하지만, 밤이 깊어도 캄캄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서울에 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20년 가까이 도시생활에 익숙한 내 몸이 도시음식을 너무 좋아해. 도시의 익명성을 좋아해. 도시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그리워. 도시의 광장이 가진 힘을 믿어. 도시 사람들이 한적한 곳으로 휴가를 가듯 나도 가끔 도시로 원정을 온다. 요즘처럼 도시에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모여야 할 때도 있으니까. 이것이 내가 서울을 이용하는 법.



* 글쓴이 바닥(badac) 이보현은 새내기 귀촌인이자 완주의 직장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줍거나 얻어) 쓰는 자급생활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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