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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이의 청년일기-1]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 2016-10-06

[남현이의 청년일기-1]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

이 글을 쓰는 자는 진남현이라는 청년이다. 참으로 놀기 좋아하고,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상당한 애주가 되시겠다. 그렇게 세상 떠나가라 놀다가, 더 놀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봄 완주로 내려왔다. 방년 28세의 새파란 나이에 그는 왜 내려왔는가? 이제 그 얼토당토않은 사상과 지난 과업들을 이곳에 몇 자 적어 보려한다.

 

사람이 무언가를 결행하는 데에는 자고로 명분이 있어야하는 법. 진남현이란 자의 완주낙향 명분은 귀농이란다. 참으로 이상하다. 서울에서 그는 사학을 전공했다. 역사와 농업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 자가 배운 학문인 사학에서 이르길, 우리가 이렇게 소처럼 일하는 것은 우리의 노동이 값싸져서나 세상이 점점 가난해져서가 아니라고 한다. 누군가 노동의 대가를 살짝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많이 노는 것을 지상과업으로 삼은 진남현에게 소처럼 일한다는 것은 자살방조에 해당했다. 그는 고심했고, 정직하게 내가 일해서 남 안주고, 나만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결국 농사를 지으며 남에게 밥 빌어먹지 않는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것이 진남현 귀농 철학의 첫 출발이었다. 물론 주변의 어른과 친지들은 반대하였다. 역시나 말이다. 그러나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지 않겠는가. 그 반대에 용기를 얻어 힘차게 귀농을 결행하였다.

 

201632, 학교후배 한 분을 감언이설로 속였다. 그 어리석은 후배머슴과 60리터짜리 등산가방, 100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그는 완주로 내려온다. 처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체질에 맞지 않는 성실함과 특유의 굽신거림으로 집과 텃밭을 얻었다. 그리고 남은 자본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장면 배달부의 중고 오토바이를 사기에 이르렀다. 그리곤 땅을 갈아보기 시작했다. 땅을 경작하매 그는 별 생각 없이 유기농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유기농이 될까? 하고 의문을 가졌으나, 주변 어르신들이 유기농은 안 된다고 말했기에 망설임 없이 유기농업인의 길을 택하였다.

 

귀농 1년차에 자본금이 바닥나자 그는 유리걸식을 시작하였다. 그가 초기 정착지로 삼았던 삼례 땅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었는데, 저것을 배우면 먹고살겠다는 사특한 생각이 들어 굽신거림과 머슴살이 끝에 도제로 들어가는데 성공하였다. 밥은 동네 어른들과 집 주인 어머니께 얻어먹었다. 그렇게 모은 푼돈들은 암송아지 한 마리를 사려는 욕망에 불타 부지런히 저축하였다. 그런데 송아지는 법으로 나 같은 빈자는 키울 수 없다고 했다. 귀농 6개월 유리걸식의 결과물인 300만원의 저축이 갈피를 잃은 순간이었다. 그래서 차를 사볼까 하고 고민하고 주변의 의견을 물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서두르지 말라 하였다. 옳타구나. 지금 차를 살 최적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나의 자본금을 돌아보니, 연식이나 주행거리는 볼 필요도 없었다. 그냥 2년 동안 굴러다닐 수 있는 고철덩어리만으로 충분하였다. 기준이 명료하니, 구매는 신속하였다. 일단은 사람이 모이는 서울로 갔다. 그리곤 내일 차를 사야하니, 일단 잔치부터 벌였다. 술에 절어 이성의 판단을 마비시킨 다음 날, 알음알음 중고차와 연관된 사람을 수소문하였다. 역시 있었다. 충남 예산 사람이다. 그를 만났다. 그는 200만원짜리 중고차를 원하는 나에게 익산으로 갈 것을 종용하였다. 익산에 가자, 20년 된 라보가 나를 맞이하였다. 운명적 만남이란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죽음을 앞에 둔 차와 어차피 차를 사야하는 사람, 그 계약은 성사되었고, 2016926. 라보가 나의 곁으로 왔다.

 

/진남현(올해 완주로 귀농한 청년. 고산에서 여섯마지기 벼농사를 지으며 글도 쓰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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