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세계의 유명한 술은 나라마다 환경적 특성에 맞는 주재료에 따라 결정되었다 . 당도 높은 포도가 생산되는 나라의 와인 , 보리 재배가 용이한 나라의 맥주 , 선인장이 자라는 사막 지역의 데킬라와 같은 술은 알코올 발효 원리를 습득한 인류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발견한 신의 선물이라 하겠다 .
쌀을 주식으로 먹는 한국 , 일본 , 중국 , 태국 ,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는 쌀로 빚는 술을 발전시켜왔다 . 우리술의 주재료는 쌀 , 물 , 누룩이다 . 지역에 따라 옥수수 , 조 등으로 빚는 술이 있지만 , 대부분의 한국 전통주는 쌀로 빚어진다 .
주식 ( 主食 ) 인 쌀로 술을 빚다 보니 오랜 역사 속에서 술이 생존에 위협이 되는 시기와 자주 직면한다 . < 삼국사기 > 에 따르면 백제 다루왕 11 년 ( 서기 38) 에 ‘ 곡식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이 사사로이 술을 빚는 것을 금했다 ’ 는 기록이 있다 .
고려 우왕 9 년 (1383) 3 월에도 ‘ 날이 가물자 금주령을 내렸다 ’ 는 기록을 볼 수 있으며 , 조선에서도 흉년에 곡식의 소모를 막을 방편으로 금주법 시행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 한국전쟁을 겪고 식량난을 해결해야 했던 1965 년에는 양곡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쌀로 술 빚기가 전면 금지된다 .
1970 년대 벼 품종 개량을 통해 식량난이 점차 해소되어 1990 년에서야 쌀로 술 빚기가 허용되면서 우리술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 쌀 막걸리 열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밀가루 막걸리를 이제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 쌀은 멥쌀과 찹쌀로 나뉜다 .
외관상 멥쌀은 투명하고 , 찹쌀은 불투명한 흰색이 도드라져 육안으로도 구분된다 . 쌀의 전분 구조에서 멥쌀에는 아밀로스가 15~30%, 아밀로펙틴이 70~85% 로 구성되어 있다면 , 찹쌀은 아밀로펙틴이 거의 100% 를 차지한다 .
아밀로펙틴 전분 구조인 찹쌀은 멥쌀보다 단맛이 강하고 찰기가 오래 유지된다 . 멥쌀로 빚은 술이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라면 , 찹쌀로 빚은 술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매우 화려한 향을 지니는 특징이 있다 .
일본의 사케는 멥쌀로 빚는 술이고 , 우리술의 압도적인 대다수는 찹쌀로 빚는 술이다 .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 개경에 머물며 고려의 생활상을 기록한 < 고려도경 >(1123) 에 ‘ 고려는 찹쌀이 없어 멥쌀로 술을 빚는다 ’ 는 기록으로 보건대 찹쌀로 빚는 술이 보편화 되었던 시기는 조선시대 라고 한다 .
제례와 손님 접대를 중요한 가치로 여겨 집집마다 술을 빚어야 했던 조선시대는 찹쌀의 등장과 맞물려 가양주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시기였다 .
이후 일제강점기 , 한국전쟁 , 자가양조 금지로 인한 밀주의 시대 , 쌀로 술을 빚지 못하던 오랜 굴곡의 역사를 지나 우리술이 다시 도약한 계기는 바로 쌀에서 찾을 수 있다 . 쌀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술도 빚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회포대교에서 산업도로를 올라타면 삼례 , 익산 , 김제 , 군산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호남평야가 드러난다 . 가을이면 어김없이 노랗게 채색된 아름다운 호남평야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 터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운이 좋은가 .
이제 곧 수확이 끝나면 저 쌀들은 우리의 밥이 되고 , 떡이 되고 , 술이 될 것이다 . 긴 역사 속에서 생명이 되고 , 문화가 되고 , 고결한 정신이 되어주었던 황금빛 물결 앞에서 자꾸만 겸허해지는 가을이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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