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극성집사 極盛執事 내 고양이 , 우리 고양이 , 네 고양이 이번에도 고양이 이야기다 . 제목을 가지행보로 바꿔야 할 판 . 내 완주살이에 지금 가장 중요한 주제와 인물 , 아니 동물은 그분이니 그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인간 아가가 예방접종을 맞듯 고양이 아가도 기본 3 번은 예방접종을 맞는다고 한다 . 엊그제는 가지의 3 차 접종일이었다 . 우리 가지는 고양이치고는 흔치 않게 가슴줄 매고 산책도 나가고 자동차에 타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편이라 나는 종종 가지를 차에 태운다 .
고산처럼 가까운 데를 가거나 인간 동승자가 있을 때는 이동장에 넣지 않는다 . 가지는 얌전히 내 무릎에 앉아있거나 자동차 안을 여기저기 탐색하다가 동승자의 무릎에 앉아 간다 . 병원에 갈 때는 주로 나 혼자 가는데 20 분 이상이니 들어가기 싫어해도 이동장에 넣어야 한다 .
애옹애옹 꺼내달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곤 했지만 이번엔 무슨 생각인지 그냥 ‘ 쌩으로 ’ 태워갔다 . 대시보드에 인형처럼 앉아서 잘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다 .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을 뿐이지 만에 하나 운전석으로 뛰어든다거나 하는 돌발행동을 하면 백퍼센트 사고다 .
내가 보기에 귀엽다고 , 우리 고양이는 특별해서 안전하다고 , 우리 개는 안 문다고 ,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는다고 , 잠깐이니까 괜찮을거라고 하는 생각이 결국 큰 불행을 가져오지 않던가 . 반성한다 . 그러고 보니 고양이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한 사건이 하나 더 있다 .
‘ 여성들을 위한 2 박 3 일 기술워크숍 ’ 을 진행하려면 집을 비워야하고 , 그러면 고양이가 혼자 있어야 하고 , 나는 고양이가 혼자 있는 꼴을 아직 볼 수 없는 지극 정성의 집사람이고 , 그래서 새벽같이 고양이를 데리고 행사장으로 갔다 . 고양이 화장실 , 밥그릇 , 물그릇을 바리바리 챙겨서 .
미리 공지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다들 가지를 예뻐해주었다 . 스태프 숙소에서 같이 자고 , 현장 실습처럼 ( 고양이에게 ) 위험한 곳에는 데려가지 않았지만 실내 프로그램을 할 때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두었다 .
행사 끝난 평가 설문지에도 고양이 덕분에 더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소수자를 배려하겠다는 취지로 식성 , 알러지여부 , 장애여부를 묻는다면서 고양이 알러지를 생각못했던 거다 .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게스트가 고양이 알러지 때문에 2 주 이상을 고생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었다 . 아 이렇게 , 사랑에 눈 먼 대상 때문에 사리분별이 흐려질 수 있겠구나 . 운이 좋게도 참가자 중에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 무서워하거나 ,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
병원에 가는 길에 운 좋게 가지가 얌전히 앉아있었던 것처럼 . 음주 운전을 했지만 운좋게 도로에 차가 없었고 ,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 반성한다 .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스개로 이런 말을 한다 . ‘ 네 ( 인간 ) 자식은 너나 귀엽지 . 나는 관심없다 .
하지만 네 고양이는 내가 봐도 정말 귀엽구나 ’ 그렇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기본 전제가 없는 불특정다수에게는 내 고양이 사랑은 앞서 말하는 유난한 남의 자식 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 . 그리고 인간 아기를 사랑하는 성인들도 얼마나 많은가 . 나는 유난한 고양이 집사였던 것이다 .
주변에 다들 유난한 고양이 집사만 있어서 비 ( 非 ) 집사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 반성한다 . 일하는 카페에서는 공동대표와 전에 일하셨던 한 분이 팀으로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준다 . 가끔 내가 밥을 ( 그분들이 채워놓은 밥통에서 꺼내 ) 주기도 한다 .
그들은 음식 쓰레기를 뒤지며 연명하는 녀석들이 안쓰러워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하루 한 번 최소한의 사료를 내준다 . 녀석들은 우리의 고양이다 . 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사랑을 표현하면 된다 . 남에게 강요하거나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되 , 지나친 혐오나 공격을 막아내면서 .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고양이지만 공공장소에 데려가거나 불특정다수와 만날 때는 더 신중하게 따질 게 많다는 걸 배웠다 . 누군가에게는 네 고양이일뿐이니까 . 의도치 않더라도 우리를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
가지는 병원에서 받아온 피부병 약을 하루에 한 알씩 먹고 있는데 , 아니 내가 무릎꿇고 앉아서 먹이고 있는데 친구에게 선물 받은 아름답고 소중한 가방에 스크래치를 냈다 . 아 ! 그래도 , 사랑한다 .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