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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1.02.01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7

요리하는 기쁨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1.02.01 14:11 조회 4,7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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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7 나는 온전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겨울이 접어들면서 한가롭고 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매해 겨울마다 느끼는거지만 겨울에는 가장 많이 요리하고 몸을 보살피는 시기인 것 같다 .

농한기라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져서 못다한 곡식을 마저 갈무리하고 농사와 요리공부를 하며 먹고사는 일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 지난여름에 들에 핀 풀들을 한아름 따다가 데쳐서 말려두었는데 , 겨울에 와서 묵나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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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는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와 개망초 묵나물을 무쳐 밥상에 올렸더니 다들 맛있다고 젓가락이 한곳으로 모아진다 . 지금 먹고있는 나물이 무슨 나물인 것 같냐고 물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향이 좋고 담백해서 계속 입맛을 당긴다고 한다 .

우리가 흔히 들에서 볼 수 있는 들풀 중 하나이며 꽃 모양이 계란을 닮은 개망초가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들 놀라워했다 . 이외에도 우리 선조들은 비름나물 , 질경이 , 달맞이꽃 , 명아주 , 등 다양한 풀을 말려 겨울철 밥상을 차렸다 . 아름답지 아니한가 .

다양한 식물을 이토록 잘 활용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 겨울은 날이 추워 하체를 튼튼하게 보해야 하는데 무와 당근 , 우엉같은 뿌리음식을 먹으면 다음해를 잘 난다고 한다 . 그래서인지 내가 즐겨보는 사찰음식책에는 뿌리음식 레시피가 한가득이다 .

나는 보통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전체식으로 요리를 하는데 이렇게 먹으면 한가지 채소의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기 때문이다 . 또한 과일과 채소의 껍질에는 더욱 풍부한 비타민과 면역체가 들어있어 되도록 모두 활용하여 먹고 있다 . 어릴적에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음식을 먹을줄만 알았지 배우려하지 않았다 .

차츰 농사와 먹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요리를 시작했는데 끼니마다 늘어가는 요리실력에 음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어진다 . 농사와 요리를 하면서 나의 몸과 마음 , 지구가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

텃밭에서 바로 채취하니 멀리서오는 운송과 불필요한 포장이 생략되고 , 요리를 하면서 오감이 살아나 창의성까지 발휘된다 . 텃밭의 밥상은 대체로 채식으로 꾸려지며 잔반이 나오면 퇴비로 돌아간다 .

대부분의 환경문제가 먹거리로 발생된다는 것을 볼 때 , 쓰레기 없는 밥상이야말로 환경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할머니는 농사와 요리를 하셨고 , 어머니는 요리를 하셨다 . 그리고 2030 청년세대에는 농사와 요리의 문화가 거의 없다 . 몸보다는 머리를 쓰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

30 년을 살면서 내가 그동안 찾아온 꿈이 할머니의 삶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 아프리카 속담에 “ 노인 한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 라는 말이 있다 . 노인이 지닌 경험과 지혜를 두고 한 말이다 . 나는 온전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

추운 겨울철에도 작은호미 하나 들고서 냉이를 캐어 뚝딱 밥상을 차리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보고 싶다 .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글쓴이 신미연 씨는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합니다.

현장 사진

요리하는 기쁨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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