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 대한 철학적 고민 10 월 , 우리집 일월텃밭은 마늘과 양파를 마지막으로 한해 밭 만들기가 마무리된다 . 경천면에 들어와 작년 초봄에 밭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풀을 거두고 밭을 만들며 사계절이 흘렀다 . 밭을 만드는데만 꼬박 1 년이 걸린 것이다 .
우리는 밭에 한 고랑이 만들어 지면 거기에 한 작물씩 심어나갔다 . 소 밭갈이나 트랙터 없이 곡괭이와 쇠스랑으로만 밭을 갈게 되니 바위만한 돌덩이를 옮기는 일이 허다했다 .
애초에 도시를 떠나 시골에 들어온 것은 대자연의 품에 안겨 자립 ( 自立 ) 하기 위함이었기에 밭을 만들며 생긴 몸의 고단함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 기계가 도구를 대체하면서 앞으로는 곡괭이와 쇠스랑뿐만 아니라 낫과 호미같은 농기구를 쓰는 일도 보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
농기구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면 사라진 농기구들이 꽤나 많다 . 얼마 전에는 마늘과 양파밭을 만들며 농사란 무엇일까 떠올렸다 . 가을볕 아래 허리를 써가며 괭이질을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 한숨이 절로 쉬어졌고 자연스레 농사 중간 휴식을 취하며 내가 하는 행위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이다 .
농사란 , 허리를 숙여 땅에게 인사를 하고 허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는 일 . 번뇌를 잊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백여덟번의 절을 하는 것처럼 , 먹고 살기 위해 자연스레 하게 되는 수행일 것이다 .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생명과 함께하는 농부님들을 존경한다 .
그렇다면 그러한 생명과 함께하는 농부님들은 어떤 분들일까 ? 먹는 것 이전에 음식이 있고 , 그 전에 사람과 식물 그리고 에너지가 존재한다 . 또 그 이전에는 식물의 씨앗을 담기 위한 넓은 그릇인 대지 ( 大地 ) 가 살아 숨 쉬고 있다 .
나는 대지를 죽이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있는 상태에서 농사짓는 분들을 일컬어 ‘ 농사짓는 수행자 ’ 라고 생각한다 . 우리 주변에 기업적 윤리에 벗어나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는 분들이 더 많아지는 때가 오길 바래본다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경천면 싱그랭이 마을은 콩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처음에 두부찌개를 먹으러 마을에 들렸다가 아름다운 전경에 반해 정착하게 되었다 . 콩은 한반도와 만주지역의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이기 때문에 우리 마을이 콩을 키워 두부를 만든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
한 여름엔 푸르른 콩밭이 펼쳐지고 , 이 맘때쯤 곡식을 갈무리를 하고나면 미처 다 수확하지 못한 밭으로 새들이 날아와 콩을 쪼아먹곤 한다 . 이렇듯 자연스러운 시골의 정취는 이곳을 방문하는 도시인들 뿐만 아니라 귀농 귀촌자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주기 마련이다 .
우리 마을 , 나아가 완주 너머로 이러한 마을의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기를 바래본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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