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초겨울 날씨 , 낮에는 초여름 날씨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 봄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 어느새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올라왔습니다 . 봄기운을 꽃이 피는 모양을 보고 알아채야 할 만큼 계절의 경계가 불분명해졌습니다 .
봄기운을 즐기고 싶지만 , 주말마다 비가 오고 ,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가려서 봄을 만끽하기 어렵습니다 . 나무들이 연한 순을 내어 놓아 산들이 겨울옷을 벗고 봄옷으로 갈아입는 모양이 완연한 봄을 확인시켜 주는 듯합니다 .
시인은 자연 , 계절 , 사람 , 사랑 , 우정 , 정의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 특히 봄이나 가을이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
활짝 핀 봄꽃들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거나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시적 정서가 몸 밖으로 나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농사철에 논밭 일을 하면서 노래 한 자락 곁들이던 조상들의 멋이 민요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 시나 시조를 직접 지어 노래하거나 남이 만들어 놓은 노래들을 부르거나 우리들 속에 있는 시적 감성이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 누구나 시인이다 ’ 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 민족은 수 백 년 동안 시조를 지어 가곡이나 시조창으로 노래하였습니다 .
산길은 길고길고 물길은 멀고멀고 3 4 3(4) 4 어버이 그린 정은 만코만코 하고하고 3 4 3(4) 4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울고 가나니 3 5 4 3 - 고산 윤선도 - 3·4·3·4( 초장 ) 3·4·3·4( 중장 ) 3·5·4·3( 종장 ) 3 장 6 구의 틀에 글자수를 맞추어 시조를 지어 즉석에서 시조창으로 노래하던 멋과 풍류가 우리 조상들에게 있었습니다 .
글자수에 집중하여 느낌을 표현하다 보면 저절로 음률이 생기고 흥이 돋는 것이 시조의 매력입니다 .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조 하나 쯤은 누구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 올 봄에는 각자 시조를 한 수씩 지어 노래하는 특별한 봄맞이를 하면 어떨까요 ?
아니면 좋아하는 봄에 관한 시들을 낭송하며 달콤한 밤공기에 운율을 덧입히는 것도 멋지지 않겠습니까 ? 먼지 앉은 시집을 꺼내어 큰 소리로 낭송하면서 여러분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시인의 감성을 깨워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운치있는 봄날이 되리라 믿습니다 .
시인이 되어 봄을 맞이하고 노래하는 색다른 ‘ 시조세상 ’ 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아래의 시조는 고려시대 말 이조년 ( 李兆年 , 1269-1343) 선생이 쓴 ' 다정가 ( 多情歌 )' 입니다 . 고즈넉이 읊조리며 봄밤을 음미하시길 ... ...
이화 ( 梨花 ) 에 월백 ( 月白 ) 하고 은한 ( 銀漢 ) 이 삼경 ( 三更 ) 인제 일지춘심 ( 一枝 春心 ) 을 자규 ( 子規 ) 야 알랴마는 다정 ( 多情 ) 도 병 ( 病 ) 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하얀 배꽃에 달은 밝고 은하수가 머리위에 있는데 가지 하나에 어려 있는 봄기운을 어찌 소쩍새가 알고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 ( 多情多感 ) 한 나는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 명륙 안우진 ( 시조시인 ) △ 참고 이화 ( 梨花 ): 배꽃은 청초 ( 淸楚 ), 결백 ( 潔白 ), 냉담 ( 冷淡 ), 애상 ( 哀傷 ) 을 상징함 월백 ( 月白 ): 달빛이 희고 은한 ( 銀漢 ): 은하수 ( 銀河水 ), 천한 ( 天漢 ) 삼경 ( 三更 ): 밤 11 시에서 1 시 사이의 한밤중 일지춘심 ( 一枝 春心 ): 봄을 사모하여 애상 ( 哀傷 ) 하는 마음이 한 나뭇가지에 어려있음 자규 ( 子規 ): 소쩍새 , 두견 ( 杜鵑 ) 새로 처절 ( 悽絶 ), 애원 ( 哀願 ), 고독 ( 孤獨 ) 을 상징함 다정 ( 多情 ): 그리움 병 ( 病 ) 인양하여 : 마치 병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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