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어로 표현해야 애매모호한 마음의 정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 글쓰기의 최전선 > < 쓰기의 말들 > 금요일마다 전주 삼천동에 있는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으로 글쓰기 강좌에 다닌다 . 하러 아니고 들으러 .
아는 동생이 글쓰기 수업을 해달라 부탁해서 한두 번 만나 첨삭 비슷한 걸 해줬는데 할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다 . 그래서 못하겠다고 했다 . 글쓰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건 감이 오지 않는다 . 도서관에서 글 쓰는 법에 관한 책을 있는 대로 빌려다가 읽어봤다 .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는 책이 대부분인데 도대체 글쓰기 수업은 어떻게 하는 걸까 . 글쓰기 수업이 작가들의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니 이번 기회에 글쓰기 수업에 대해 배워오겠다는 마음으로 그 먼 길을 매주 나선다 . 첫 시간의 주제는 ‘ 나는 왜 글을 쓰는가 ’ 였다 .
은유 작가가 쓴 < 쓰기의 말들 > 을 읽고 각자의 이유를 찾아보자고 했다 .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린 내 글쓰기 수업에서도 첫 시간의 주제는 ‘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 였다 .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동생이 써온 글을 가지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
이야기의 구조를 먼저 짜고 솔직하게 쓰되 흐름이 자연스럽게 한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읽는 이가 알아차리도록 친절하게 쓰되 글에는 적절한 긴장을 주어 매력적으로 써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해야한다 .
이런 당연한 말을 하면 너무 사기꾼 같아서 그렇게 쓰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너의 문장의 이런 부분은 어떻게 고쳐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조심스럽다 . 내가 쓴 글이 아니니 당연히 내 생각과 다르고 내 식대로 고치고 싶지만 또 그렇게 하면 안 되고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 .
경험이 부족하니 잘 할 리가 없지 . 글쓰기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 나의 글쓰기 선생님은 과제로 써온 글에서 더 적절한 단어로 표현되면 좋았을 부분이나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문장을 지적한다 .
맥락에서 비껴가거나 막다른 길에서 뒤돌아 나와버리는 사유의 흐름 같은 걸 글쓴이보다 더 잘 알아챈다 . 쓸 때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심경은 글에서도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어떤 주제로 글을 써도 결국은 나의 풀리지 않는 그 문제 , 복잡해서 덮어버린 지점으로 돌아간다 .
글쓴이가 자기도 모르게 의도적으로 피해온 질문을 조심스레 건넨다 . 첫 번 째 과제인 ‘ 나는 왜 글을 쓰는가 ’ 가에 대한 글은 쓰다보니 ‘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못 쓰고 있는가 ’ 에서 시작해서 ‘ 엄청 잘 쓰고 싶다 ’ 로 끝나는 글이 되었다 .
못 쓰는 이유는 괴로워서인데 그 감정의 정체는 잘 모르겠고 알고싶지 않다 . 자세히 들여다봐봤자 엉킨 실타래 같아서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 어떤 때는 그렇게 직면하지 못한 채로 글이 끝나기도 하고 시작은 해보는데 더욱 어지러워져서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 몰라 얼렁뚱땅 끝나버리기도 한다 .
집요하게 그 문제를 깊이 파고 들 필요는 없다 . 각 강좌마다 다른 글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도 어느새 요즘 나를 붙들고 있는 생각과 닿아있는 문제의 단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 쓴다는 것은 내 언어로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내려는 노력의 시작이다 . 결국 내 힘으로 직면하고 밀어내고 넘어서야 한다 .
내 언어를 갖고 표현하기 시작해야 막막하고 거대한 불안과 공포의 산이 윤곽을 드러낸다 . 실체를 확인하고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글쓰기로 나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 . 산이 드리운 그늘 밑에 있을 뿐인데 이곳은 춥고 어두워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
바라보거나 넘어서거나 돌아설지는 본인의 몫이다 . 자기소개서 , 사업계획서 , 업무보고서 , 편지 , 메모 등 세상에 써야할 글은 많다 . 잘 쓰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해야 타인과 오해없이 대화하고 잘 관계 맺을 수 있다 .
말하기든 글쓰기든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잘 구성해야 한다 . 모두가 특별하게 잘 하지 않아도 되지만 누구든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고 , 잘 하고 싶다면 연습하면 된다 . 좋은 글을 많이 읽고 , 내 글을 자꾸 쓰자 .
< 쓰기의 말들 > 은 글을 쓰기로 한 사람이 잘 쓰기 위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저자가 읽은 문장에 생각을 덧붙여 쓴 짧은 글들의 묶음이다 .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 안 쓰는 사람 ’ 보다는 ‘ 일단 쓰기 시작한 사람이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 에 가깝다 .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에는 < 글쓰기의 최전선 > 이 제격인데 저자가 감응의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중심으로 글쓰기가 왜 필요한가를 계속 설명하는 책에 가깝다 .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어떤 글쓰기가 좋은지도 알려준다 .
“ 이 세상에는 나보다 학식이 높은 사람 , 문장력이 탁월한 사람 , 감각이 섬세한 사람 , 지구력이 강한 사람 등 ‘ 글을 잘 쓰는 사람 ’ 이 많고도 많다 . 그런 생각을 하면 기운이 빠진다 . 이미 훌륭한 글이 넘치므로 나는 글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
그런데 내 삶과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 ,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 - 글쓰기의 최전선 131 쪽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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