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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5.03.09

더불어숲

청년들은 귀촌 중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5.03.09 14:22 조회 5,3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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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개인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유기농업을 공부하기 위해 박사과정에 진학을 한 뒤, 귀농에도 관심이 있고 어쩌면 가장 빠르고 쉽게 농업과 농촌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1기 귀농학교를 다녔다.

그 때가 1990년대 중반이었으니까 벌써 20년 전, 지금의 귀농교육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은퇴 무렵의 노년층보다는 청장년층이 많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이른바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대부분 경험적으로 혹은 책을 통해 도시화, 산업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고 그 속에 매몰되어 있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리고 강하지는 않았지만 농사를 짓는 것이, 농촌으로 가는 것이 자신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사명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 지역의 경우도 삼사년 전부터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에 한 명, 두 명 눈에 띠더니 최근에는 특정 지역에 가면 자못 많은 청년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지난봄에는 이리 저리 개별적으로 알게 된 청년들에게 저녁을 먹자고 이른바 ‘번개’ 연락을 했더니 근 30여명이 모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청년들은 20년 전 귀농학교에 모였던 청년들과 많이 달랐다. 무엇이 옳다고 생각해서 농촌으로 온 것이 아니고 무엇을 바꾸겠다고 농촌으로 온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농촌에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러면 더 행복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인지 그들은 밝고 유쾌했다. 그래서 인지 그들은 어떤 일을 하다가 그 일이 잘 되지 않아도 포기하기 보다는 진득하게 지역에서 다른 일을 모색했다.

그 날 장학재단의 토론회에 참석한 농촌 활동가 모두 최근 청년 귀농귀촌이 늘어나고 있으며 농촌의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청년과 농촌 모두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또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 이야기하였다.

맞는 이야기이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 성급한 지원은 부작용을 양산한다. 여기에 나는 이러한 현상을 너무 농업과 농촌에 국한해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찾아오는 것은 산업화된 구조적인 일자리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그만큼 돈을 쓰면서 살 수밖에 없는 도시에서 삶이 점점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을 더 진진하게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농촌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농촌이 이러한 모든 청년들을 다 포용할 수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농촌에 관심이 없는 더 많은 청년들이 도시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큰돈을 벌지 않아도 생활이 지탱가능해지고 공동체적인 작은 일자리들을 유연하게 많이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농촌에만 뿌리박기보다 농촌과 도시를 오가면서 경험을 두루 쌓고 자신의 삶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사회의 부적응자나 지역에 헌신하는 활동가로 보지 않아야 한다. 그들은 젊지만 생각이 깊은 소박한 생활인이다. 또한 용감한….

/임경수 귀촌인·한겨레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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