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에 교사를 정년퇴임한 귀농교육생이 저녁시간에 막걸리를 한잔 하시고 자랑처럼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당신이 딸을 둘 두었는데 공부를 그럭저럭 잘해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보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역의 대학에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갔고 둘 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살고 있어 거의 매일 손자, 손녀를 보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 딸아이를 서울의 대학에 보냈다면 아마도 서울에 살았을 것이고 이런 행복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서운하게 생각했던 딸들도 그 때 아빠의 결정이 옳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얼마 전 운전을 하다가 우연히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방송에 나온 육아 전문가는 한 가정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그 가정의 부모는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아들을 영어학원에 보냈고 성장과정에 맞추어 최고의 사교육을 받게 했고 좋은 영어실력과 학교성적 덕분에 국내 대학이 아닌 미국의 명문대학에 들어가 지금은 미국의 로펌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변 다른 학부모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그 부모는 아들이 너무 바빠 아마 자신들이 죽고 난 뒤에 장례식 때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불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완주에서 하는 일의 하나는 농촌에 살고 싶다는 청년들을 위해 퍼머컬처학교를 운영하는 일이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학교에 30여명 가까운 청년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일 년 이상 함께 공부하였고 일부는 완주에 정착하여 일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에서 찾아오는 청년뿐 아니라 지역의 청소년들도 이 학교에 참여해도 좋겠다 싶어 교육과정의 안내문을 완주 관내 고등학교에 보내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단 한 건의 문의와 상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관내 학교의 교사와 학생 모두 지역에 남아 산다는 것 자체를 고려하고 있지 않았고 더 나아가 지역에 남아 사는 것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진로교육에서 소개하는 직업 또한 대부분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농촌지역은 사람이 줄어들고 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없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도시로 가라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도시에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도 그다지 크지 않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고약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퍼머컬처학교를 지역주민의 뜻을 모아 정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조직하게 되었다.
직업학교는 노동부의 소관이다, 농촌활동가를 교육하는 것은 농림부의 소관이다 하여 교육부와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진로교육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인가를 얻었다. 그래서 도시 청년을 위한 귀농귀촌교육뿐 아니라 지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교육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진로교육은 단순히 돈을 잘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아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게 내가 가장 행복할 것인지를 찾아주는 교육이 돼야 할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이 불행해서 농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 지역에서 찾아주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우리에게 먼 도시에서 찾지 말자. 우리 아이들에게 지역에 사는 행복을 알려주자. 미국의 로펌에 다니는 아들을 만들어낸 부모보다 자기 동네에서 매일 손자, 손녀를 돌보며 사는 부모가 더 행복한 것처럼. /임경수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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