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 . 오전 일찍 시작하는 행사여서 지하철을 탔는데 공교롭게도 출근시간에 맞물리고 말았다 .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사람들이 하나로 엉겨 파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
나 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에게 떠밀려 승강장에 서있었고 잠시 뒤에 역시 사람들에 떠밀려 열차에 타게 되 었다 .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젊은 여자 앞에 서게 되었는데 이럴 수가 !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한 치의 공간 도 없이 내 몸과 밀착되어 있는 게 아닌가 .
앞뒤 , 옆으로 온통 사람이니 그 불편을 모면하고자 몸을 움직이 거나 방향을 바꾼다하더라도 더 민망해질 것이 뻔했다 . 게다가 그는 거북한 진한 향수까지 사용하고 있었 다 . 다행스럽게도 출입문에 가깝게 서있었기 때문에 이 낯설고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벗어나지 위해 열차에 서 내릴 수 있었다 .
‘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 이렇게 사는 게 아무렇지도 않나보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날 토론회의 발표자의 한 사람은 “ 하프 백스 (Half Back)” 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
럭비에서 중간지점 에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부르는 말인데 예전에는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혹은 더 좋은 생활환경을 찾 아 도시로 갔지만 최근에는 대도시는 살기 싫거나 힘들고 농촌으로 가기도는 어려워 농촌과 가까운 소도 시로 이전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즉 도시와 농촌의 중간지점에 자리를 잡는다는 이야기이 다 . 같은 의미로 일본에서는 J 턴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 귀농귀촌을 U 턴이라고 부르는데 ‘U’ 자를 반으로 자 르면 ‘J’ 자가 되기 때문에 반 즈음 귀농귀촌 했다는 의미가 된다 .
주택산업연구원의 최근의 조사에서도 은 퇴를 앞둔 대도시의 베이비부머들은 귀농귀촌보다는 가까운 중소도시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사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마도 농사의 어려움 , 농촌의 불편한 생활환경 , 현지 부적응 등으로 귀농귀 촌인이 30% 이상 역귀농하고 있고 지방 중소도시의 개선된 생활환경과 복지환경 , 편리해진 교통시설 등이 그 배경이 된 듯하다 . 도시의 성장은 산업화에 따른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에 따라 이루어졌다 .
농지를 내주면 산업단지와 주거단 지로 변해 도시는 커졌고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자식을 교육시켜 도시로 보내면 도시는 발전했다 . 즉 , 농 촌과 농민의 희생으로 도시는 성장했다 .
원래 도시는 농촌으로부터 식량 , 자원을 얻지만 농촌에도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농촌에서 얻기 어려운 문화 , 교육 ,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적인 관계였다 .
하지만 세계화에 편입된 우리 경제 시스템에서 도시경제의 고객은 주변 농촌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되었 고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서울 수도권만 비대한 기형적인 도시구조가 만들어졌다 . 즉 , 농촌과 중 소도시를 포함하는 지방이 수도권 경제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
그 결과 지방 중소도시조차 주변 농촌과 상 생관계를 잃어버렸다 . 농촌의 뒷받침으로 성장한 도시가 농촌과 상생관계를 만들어 힘들어진 농촌을 도와 주면 좋겠는데 도시의 상황이 더 만만치 않다 .
이 날 토론회에서 서울의 한 구청장은 깡통주택 , 녹지의 부 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에는 젓가락 하나 꽂을 땅이 없다고 토로했다 . 도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방안이 없어 보인다 . 또 다시 농촌이 도시를 도와주 어야 할 모양이다 .
중소도시까지 나서서 서울을 도와야 할 판이다 . U 턴이든 J 턴이든 도시에서 물러나는 사 람들을 농촌과 중소도시 , 즉 지역이 받아주어야 한다 . 그래야 지하철에서의 민망함을 무릅쓰고 한 푼이라 고 벌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 .
십여 년 전에 귀농과 관련된 책의 서문에 썼던 문장 인데 지금도 여전하다 . ‘ 농촌 없는 도시는 허망하다 ’ / 논산시 희망마을지원센터 센터장· 귀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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