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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5.12.16

농촌별곡

잔인한 시절 끝은 오는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5.12.16 14:27 조회 5,3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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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한 해를 잘 매듭짓자는 핑계로 이런저런 자리가 이어지면서 마음이 들뜰 때다 . 게다가 농사꾼한테는 가장 한가로운 , 이름 하여 ‘ 농한기 ’ 아니던가 . 거리낄 것 없이 넘쳐나는 여유를 한껏 누려도 좋은 시절 .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그리 녹록치가 않다 .

여느 해 같으면 온천하가 좁다는 듯 휘젓고 있을 때 아니던가 . 지난날의 ‘ 화려한 여정 ’ 을 떠올리자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 거의 두문불출이라 해야겠다 . 도무지 흥이 나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 하기야 딱 한 번 먼 길을 다녀오긴 했지 . 그게 지난 주말 , 서울이었다 .

가슴 설레는 자리였으면 오죽 좋으련 만 이름도 낯선 ‘ 민중총궐기 ’. 찬바람 부는 시청광장과 종로거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온 게 주말여행의 전부 였다 . 앞뒤 잴 것도 없이 휑하니 다녀온 길 . 따라나설 깃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 구원의 손길을 뻗은 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

나라꼴이 저 모양이니 도저히 참고 있을 수가 없었을 뿐이다 . 살아갈 일이 몹시도 군색한 요즘이다 . 때 아닌 이상고온 , 늦장마로 이 고장 특산품인 곶감이 못쓰게 돼 난 리가 아니다 . 절망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

이런 마당에 ‘ 가공품 ’ 이라는 이유로 피해보상을 해주지 않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 곶감이야 날씨 탓에 빚어진 천재지변이라 치고 . 이번 겨울 , 농사짓는 일이 유독 버겁게 느껴진다 . 지난해까 지도 미납금은 11 월을 넘기지 않았더랬다 .

그러나 논 임대료며 , 농기계 삯 , 농자재 값 따위 , 독촉전화를 받 고서야 간신히 넣고 있다 . 통장에 잔고가 쌓일 틈이 없다 . 여느 해처럼 구슬땀을 흘렸고 , 날씨도 도와줘 대 풍을 이뤘다 . 그런데 왜 이리 쪼들리는가 . 다 잘 못된 농정 탓이다 .

진즉에 공급과잉이 예상됐음에도 밥쌀수입을 강행했다 . 뒤늦게야 , 그것도 남아도 는 물량의 절반만 시장격리 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쌀값은 지금도 내리막길이다 . ‘ 직불금 ’ 을 들먹이는데 , 실 상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혹세무민하는 짓이다 . 어디 쌀뿐인가 .

여야정치권이 손잡고 한중 FTA 를 비준처리 했다 . 이제 무슨 농사를 지어먹을지 막막하다고 한숨이다 . 농민을 제물 삼아 맺은 협정이니 그 핏값을 내놓는 건 지당한 일 . 그러나 ‘ 무역이득 공유제 ’ 는 오 직 자본의 선의에 기대는 ‘ 농어촌 상생기금 ’ 으로 결말이 났다 .

농민 생존권을 저당 잡아 이득을 취한 자들 한테 자선을 구걸하라니 이게 당최 무슨 경우인가 말이다 . 오죽했으면 칠순 농민까지 나섰을까 . 그러나 정 권은 살인적인 물대포 세례로 답했고 , 백남기 옹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

이 땅의 실질적 지배자인 한 줌 재벌과 거기에 매인 자산계층을 챙겨주는 게 국가의 정책목표다 . 그것을 위해서라면 농민은 물론이고 , 이 사회 절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 생존권도 안중에 없다 . 가뜩이나 삶이 버 겁고 , 입지가 불안한 이들이다 .

이런 마당에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쪽으 로 관련법을 뜯어고치려 한다 .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선 건 당연하다 . 그런데 민주노총 대표를 잡아가두고 , ‘ 소요죄 ’ 를 묻겠단다 . 요컨대 근로대중의 삶은 도탄에 빠져 있고 , 국정은 엉망진창이다 .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당연하 다 . 국정교과서니 , 테러방지법이니 여론을 갈라 치는 수법으로 잘도 빠져나가고 있다만 한 번 폭발하면 걷 잡을 수 없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 농한기가 무색한 잔인한 시절 , 하루 빨리 그 끝자락을 보고 싶다 . /고산 어우리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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