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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03.14

농촌별곡

유기농 벼농사를 권하노니!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03.14 15:51 조회 4,1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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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벼농사를 권하노니! 아직 꽃샘추위가 더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만 들녘엔 봄기운이 뚜렷하다 . 뜰앞의 매화가 첫 망울을 터뜨린 게 경칩이던 며칠 전이다 . 같은 고장이라도 자리에 따라 또는 품종에 따라 꽃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다 .

울안의 매화는 늘 그 자리를 지켜왔으니 날씨의 흐름이 지난해와 엇비슷함을 알겠다 . 사람의 마음이란 그러저러하게 통하는 것일까 . 바로 그날 동네 단톡방에 ‘ 화암사 나들이 ’ 를 알리는 벙개가 떴다 . 느긋한 시절이고 , 마침 달리 볼일도 없어 길을 나섰다 .

조금은 쌀쌀한 날씨라 단출한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여섯이나 모였다 . 절로 가는 들머리에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 얼마 전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물은 유량이 제법 되었고 , 곳곳에 뭉게뭉게 개구리 앞이 실려 올챙이로 깨어나려는 참이다 .

샛노란 꽃을 매단 복수초는 어느새 꽃대가 한 뼘 넘게 자랐고 짙푸른 잎이 수북하다 . 얼레지는 진보랏빛 무늬가 점점이 박힌 넓적한 잎사귀 위로 뾰족한 꽃대를 올렸고 당장이라도 그 요염한 꽃잎을 피워낼 기세다 . 수백년을 묵묵히 늙어온 화암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적묵당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불명산 능선 위 파란 하늘도 예전 그대로다 . 벌렁 누워 렌즈를 들이대면 산자락과 허공은 역삼각형 프레임에 갇힌다 . 그 속에서 영겁의 세월이 교차한다 . 지난겨울은 어느 해보다 어수선했다 . 많은 일들이 복작거렸고 그런 만큼 속 시끄럽기 이를 데 없었지 .

두문불출 , 웅크리다가도 때맞춰 기별을 해오는 벗들이 있어 어느 날은 해지는 낯선 포구에서 , 또 다른 날엔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입산이 통제된 산자락 , 고찰의 사하촌에서 낯선 바람을 맞기도 했더랬다 . 지나온 세월은 그렇게 기억 또는 추억이라는 조각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 .

날이 갈수록 , 끝에 가까울수록 초연하고 관조해야 하거늘 . 여전히 비우고 내려놓지 못하고 바둥거리는 삶이 스스로 비루해지던 그 겨울의 끝자락 ,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다 . 안 그래도 농사철이 머지않았다 .

농사라고 해봤자 오직 벼농사뿐이고 , 볍씨를 담그려면 아직도 달포는 더 지나야 하지만 먼저 마음이 바빠지는 법이다 . 그런데 올해는 함께 유기농 벼농사를 지을 ‘ 도반 ’ 들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 ‘ 벼농사두레 경작회원 ’ 을 두고 하는 얘기다 .

생계를 위해 벼농사를 짓는 쌀 전업농은 사실상 나 혼자고 , 나머지는 한 두 배미씩 내 먹을 쌀 내가 짓는 경우다 . 그런데 지난해는 ‘ 삼산도가 ’ 팀이 합류했다 . 얼마전 < 고산탁주 > 와 < 고산약주 > 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된 고품격 양조주를 만드는 이들이다 .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손수 지은 깨끗하고 건강한 쌀로 좋은 술을 빚는다는 아름다운 뜻이 담겨 있다 . 소요되는 멥쌀과 찹쌀이 상당하니 경작지 또한 꽤 넓다 . 이에 따라 벼농사두레 차원의 경작면적도 지난해부터 부쩍 늘게 되었다 .

이렇듯 경작면적이 늘어난 반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경작을 그만두거나 쉬어가겠다는 이들이 제법 생겼다 . 직장이나 가게 일이 바빠졌거나 체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경우다 . 줄어든 만큼 경작자가 새로 합류하지 않으면 두레작업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

벼두레에서 조만간 경작설명회를 크게 열어 새로운 경작자를 공모하기로 한 모양이다 . 권하노니 ! 자연 속에서 이웃과 함께 유기농 벼농사를 지어 , 내 먹을 쌀을 손수 빚어내는 일이야말로 시골에 사는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 / 차남호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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