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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06.08

농촌별곡

놀자판, 먹자판이 진짜 잔치다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06.08 15:15 조회 5,3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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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 잔치는 끝났다 . 이른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온종일 잘 놀았다 . 온몸이 노곤하지만 기분 좋은 피로감이랄까 . 원고마감일이 겹치는 바람에 뒤풀이를 못하는 불만이 없지 않다만 . 사실 ‘ 풍년기원 단오맞이 한마당 ’ 이라는 이름이 오늘 잔치의 모든 걸 말해준다 .

오늘 잔치에서 고갱이가 되는 것은 누가 뭐래도 ‘ 모내기 체험 ’. 논에는 백 명 남짓한 아이와 부모가 못줄 앞에 나란히 늘어섰다 . 두 패로 나뉘어 논배미 양쪽 끝에서부터 가운데 쪽으로 모를 심어온다 . 예닐곱 살 아이들까지 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앙증맞은 손으로 모를 제법 꽂아 넣는다 .

울긋불긋 피어난 꽃송이처럼 논배미는 온통 모를 꽂거나 , 진흙 장난을 하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왁자지껄했다 . 5 백 평 논배미를 심는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어쩌다 보니 내가 짓는 논에서 ‘ 행사 ’ 가 펼쳐졌다 .

잔치판인 동네 초등학교 바로 앞 논을 짓다보니 올해로 이태 째 논배미를 내놓게 됐다 . 우리 모내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 번외경기 ’ 비슷하게 다른 논보다 일찍 논을 만들고 , 써레질을 했다 .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아직 덜 자란 모판을 떼어 날라왔다 .

기계 모내기가 일반화된 요즘 , 손모내기는 현실성이 거의 없는 짓이다 . 그러나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농사를 두루 체험하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일거리다 .

맨살에 와 닿는 논바닥의 낯선 느낌 , 끊임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는 육체노동 , 못줄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협동심 , 그 속에서 느끼는 연대의식인 두레정신 , ‘ 내 아이 ’ 를 챙겨 가면서 함께 모를 심는 엄마 , 아빠들의 살아 있는 교육정신까지 .

더구나 이번에는 ‘ 전통 모내기 ’ 를 되살려보자는 세시풍속보존회의 정성까지 더해졌다 . 일주일 전부터 모내기 노동요를 익히고 , 예행연습까지 하는 열의를 보여줬다 .

통제하기 힘든 많은 인원과 모를 꽂기에 바쁜 아이들한테는 무리였는지 , 소리와 함께 하는 전통 모내기는 아쉽게 ‘ 시연 ’ 으로 그쳤다 . 그래도 모내기는 잘 끝났다 . 새참으로 마련한 국수를 후룩후룩 들이켜는 손길들이 바쁘다 .

누구는 감식초를 가져오고 , 누구는 딸기 셰이크를 내고 , 막걸리에 곁들일 파전을 부친다 . 인절미는 참가자들이 손수 떡메를 쳐서 콩고물을 묻혔다 . 예보에 없이 빗낱이 떨어지면서 땡볕을 피하게 됐지만 이어진 단오장사 씨름대회와 대동놀이는 보슬비를 맞으며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

씨름대회는 왕년에 이 고장 씨름판을 주름잡던 어르신이 경기운영을 자문하고 , 심판을 맡아 흐뭇하고 뜻이 깊었다 . 수백 명이 함께 한 강강술래는 그것만으로 장관이었고 , 신명을 자아냈다 . 이 고장의 단오잔치는 올해로 13 년째다 . 처음 출발은 친환경 쌀 작목반의 도시소비자 초청행사에서 비롯됐다 .

행사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산 초등학교 쪽의 제안으로 공동주최로 되었다가 언제부턴가 학교가 떠맡으면서 아이들의 전통문화 체험행사로 치러져왔다 . 이에 따라 ‘ 지역공동체의 잔치판 ’ 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는 논의가 이어졌고 , 올해 4 월 지역주민 중심의 추진위를 꾸려 행사를 준비해왔던 것 .

잔치판이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 ‘ 관광객 ’ 을 불러 모으려는 , 그래서 보이기 위한 ‘ 축제 ’ 는 상업성 짙은 행사일 뿐이다 . 그럴 듯하게 보여야 하니 모양새를 내야하고 , 그러자면 돈이 든다 . 여기저기 , 특히 행정기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 단언컨대 그건 잔치가 아니다 .

소박하더라도 스스로 놀자판 , 먹자판을 만들어 즐기는 것이 참된 잔치마당이라는 얘기다 . 비 갠 뒤의 저녁놀은 곱기도 하다 . / 차남호(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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