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때문에 집에도 못가다니!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6> 눈 십이월 모일 날씨 맑음 일본 어느 관공서에 전화를 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는 녹음 소리가 났다 . 달력을 보고 아차 했다 . 연말연시 일주일 정도는 정월휴가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
평상시에 서둘지 않는 스승도 달린다는 뜻으로 ‘ 시와수 師走 ’ 라고도 하는 일본 12 월은 , 설날을 앞에 둔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 마음이 바쁘고 들뜬다 . 한 해 마무리를 잘 하자는 메시지가 친구에게서 왔다 . 지구 전체가 불안감에 맴돌던 해였지만 그래도 365 일은 차곡차곡 지나갔다 .
수첩을 정리하면서 새해에는 차분하게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 십이월 모일 날씨 흐림 귀농귀촌 모임에서 김장김치를 받았다 . 바깥쪽 잎으로 예쁘게 싸인 배추김치다 . 며칠 후 입에 넣었더니 좀 시었다 .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신 느낌이 없어져서 젓갈 향도 맛있게 났다 .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내 김치는 날이 갈수록 싱거워졌는데 , 이번에 받은 김치는 갈수록 맛이 좋아지는군요 . 사람의 손으로 만든 맛과 시간이 만들어주는 맛이 어울러져서 진정 김치가 될 것 같다 . 먹을 때마다 입안에 ‘ 오늘의 기적 ’ 맛이 솟아오른다 .
십이월 모일 날씨 흐린 후 눈 직장을 마치고 저녁에 버스를 탔다 . 갑자기 기사님이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 “ 어디였지 , 저 , 저 … .” 간신히 정류장 이름을 말했더니 눈이 많이 내려서 거기에는 못 갈 거라고 하셨다 . 버스를 내려 친구 집으로 향했다 .
눈 상황을 알 수 없고 먼 곳에 가고 다시 돌아와 귀가하는 기사님 입장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뜻밖의 일이였지만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새해 복을 하나 받은 기분이다 .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