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욕심을 버리며 정을 배우다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4> 까치밥 시월 모일 날씨 맑은 후 흐림 봄에 옥수수 씨앗을 사와 모종을 키워서 밭에 심었다 . 여름이 되니 마치 병사들이 한 줄로 서 있는 것처럼 키가 비슷한 옥수수가 늘어섰다 .
비가 많이 내려서 껍질을 벗기면 열매가 얼룩져 있지만 , 처음으로 내 손으로 키운 옥수수라 밭에 가서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고 아드득아드득 따버렸다 . 그 옥수수로 다양하게 요리를 해서 매일 즐겨 먹었다 . 계절이 지나 가을이 와서 밤을 줍기 시작했다 .
아까워서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더니 함께 온 밤나무 주인이 놀라며 말했다 . “ 나 같으면 그렇게 작은 것은 그냥 놔두고 쥐들에게 줄텐데 .” 욕심을 부리는 내 모습을 깨닫게 되어 잠시 얼굴을 들지 못했다 . 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감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향해 서있었다 .
어느 나무라도 주홍색 열매를 두서넛 개씩 높이 올려 놓은듯하다 . ‘ 까치밥 ’ 이라고 들었다 . 날짐승에게 밥으로 주려고 남긴 감들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정을 전해준다 . ‘ 까치밥 ’ 감들도 , 옥수수니 밤이니 다 가져가려고 했던 내 마음도 , 붉게 변해 가는 쌀쌀한 오후였다 .
시월 모일 날씨 맑음 마트에서 큰 무 하나가 점심 백반 값과 같은 가격표를 달고 있어 갑자기 무를 심기로 마음을 먹었다 . 구월 중순의 일이다 . 농약사에 갔는데 무 씨앗 한 봉지가 크고 생각보다 비쌌다 . 봉지를 손에 들고 보니 2000 립이라고 적혀 있다 .
2,000 개나 자라면 무들이 밭을 다 점령하고 , 그것도 모자라 산기슭까지 찰 것이다 . 우리 집에서 일주일에 하나씩 먹는다고 치면 한 달에 4 개 , 석 달에 12 개만 있으면 된단 말인데 .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내쉬었다 . 그러자 가게 주인이 말했다 .
“ 많으면 절반만 심고 내년에 다시 절반을 심으면 돼요 .” 그렇구나 , 내년에는 일찍 심어야지하며 돈을 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 한 달이 지났다 . 오늘 자세히 보니 무잎은 번성하고 머리가 땅 위에서 보였다 . 뽑아보니 가냘픈 몸이 홱 나왔다 .
깨알 같은 씨앗에서 이렇게 골고루 식물이 나오니 새삼스레 신기했다 . 초등학생도 아닌데 무엇을 이리 감동하고 있는지 , 내가 나를 웃어 버렸다 . 그러나 역시 신기하다 .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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