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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10.16

김영혜의 영화산책

어떻게 이런 일이 용납되는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10.16 16:15 조회 1,3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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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용납되는가 (8)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 한 젊은이가 돌투성이 비탈길 위에 가로로 길게 누워 있다 . 젊은이의 등 뒤에는 하늘을 배경으로 불도저 한 대가 위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 팔레스타인 다큐멘터리 < 노 아더 랜드 - 다른 땅은 없다 > 의 포스터 장면이다 .

돌투성이 맨땅바닥에 저렇게 누워있다니 무척 불편할 텐데 젊은이는 굵은 돌멩이들도 , 등 뒤의 위압적인 불도저도 별로 아랑곳 않는 듯 한가로이 자기 앞의 풀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다 . 대체 무슨 일인가 ?

노 아더 랜드(바젤 아드라유발 아브라함 감독 및 주연, 팔레스타인노르웨이, 2024)
노 아더 랜드(바젤 아드라유발 아브라함 감독 및 주연, 팔레스타인노르웨이, 2024)

2019 년부터 2023 년까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마을 마사페르 야타가 파괴되는 과정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팔레스타인 젊은이 바젤 아드라와 이스라엘 젊은이 유발 아브라함 ( 그 외 두 명의 공동감독이 더 있긴 하지만 이들이 주된 등장인물이다 ) 이 공동연출한 작품이다 .

포스터에서 길게 드러누운 젊은이는 바젤이다 .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 군 훈련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시시때때로 불도저와 무장한 군인들을 투입한다 .

집이고 학교고 할 것 없이 무지막지하게 불도저로 밀어붙여 무너뜨리고 나면 , 거기에 이스라엘 이주민들이 뒤따라 들어와 정착한다 .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저항한다 .

낮에 이스라엘군이 파괴시킨 집과 학교를 밤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블록을 쌓고 천막을 쳐서 다시 복구해 놓는다 . 낮에 다시 이스라엘 철거가 시작된다 . 밤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복구한다 ...

이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고 , 이스라엘군은 복구가 아예 불가능하도록 마을 사람들이 가진 조그만 자가 발전기를 강제로 빼앗아 부숴버린다 . 이 과정에서 한 젊은이가 이스라엘 정착민이 쏜 총에 맞는다 .

치료는커녕 , 몸 누일 집조차 없는 그 젊은이는 하반신이 마비된 채 임시거처인 동굴에 누워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 눈물조차 메말라버린 아들의 어머니는 서방기자에게 하소연한다 . “ 신이 저 아이를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

이제 그만 이 고통스런 삶에서 자유롭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이제야 포스터 속 젊은이의 저 이해할 수 없는 한가로움이 비로소 이해가 가는 듯하다 . 그것은 이승의 삶에 대한 철저한 절망에서 비롯된 자포자기가 아닌가 싶다 .

끝없이 반복되는 폭력과 맨 손뿐인 저항과 세계의 무관심과 강대국들의 방관 속에 버려진 이들의 절망을 돌투성이 언덕길에 누운 팔레스타인 젊은이 바젤 아드라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한가 . 어떻게 이런 일이 용납되는가 .

* < 노 아더 랜드 > 는 2024 년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필두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2025 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 영화가 전세계의 주목을 끈 후 바젤 아드라는 이스라엘 군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다 .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현장 사진

어떻게 이런 일이 용납되는가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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