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7) 개같은 내 인생(My Life As A Dog) 어린 시절에 입은 마음의 상처는 우리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 그 흔적은 때때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기도 하고 , 그렇게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사람의 심성과 기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오래된 스웨덴 영화의 주인공 잉마르는 열 살 남짓한 나이에 참으로 힘든 일을 겪는 셈이니 , 이 아이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 그러나 영화가 끝날 즈음이 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감돌면서 , 이 아이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
잉마르는 스웨덴 어느 소도시에서 엄마와 형과 살고 있다 . 아빠는 안 보인다 . 잉마르가 친구에게 들려주는 말에 의하면 아빠는 아프리카 어디쯤에서 바나나를 옮기고 있다는데 ,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 엄마는 폐결핵을 앓고 있다 .
몇 살 터울 위인 형은 잉마르를 구박하고 놀리고 핀잔을 주기 일쑤이다 . 주눅들고 우울해야 마땅할 것같은 이 아이는 그러나 호기심에 가득차 있는 못말리는 말썽꾸러기이다 .
잉마르는 아픈 엄마를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지만 , 거의 매일 기상천외의 말썽을 일으키다보니 늘 엄마에게 히스테리 원인만 제공한다 .
우리가 흔히 ‘ 결손가정 ’ 이라고 부르는 환경 속에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보니 잉마르는 시카라고 불리는 작은 강아지에게 이런저런 속마음을 얘기한다 . 그런데 그 속삭임이 참 철학적이다 . 잉마르는 소련이 무인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날려보낸 개 라이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덧붙인다 .
“ 난 그래도 비교적 행운아인 셈이야 . 우린 늘 처지를 비교하면서 살아야 해 . 그러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되거든 ...” 엄마의 병이 위중해지자 형과 잉마르는 각각 다른 친척집에 맡겨지게 된다 .
시골마을의 삼촌집에 오게 된 잉마르는 거기서 마을 아이들과 친해지고 유쾌하고 낙천적인 삼촌내외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럭저럭 잘 견디어나가는 듯했지만 , 마침내 엄마가 돌아가시고 사랑하는 개 시카마저 어딘가로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다 .
잉마르를 달래는 삼촌에게 아이는 울면서 부탁한다 . “ 내 탓이 아니라고 얘기해줘요 !” 아아 , 이 아이는 그 모든 슬픔과 불행의 원인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이렇게 영화가 끝나버렸다면 참 가슴 아팠을 것이지만 , 유쾌하고 떠들썩한 이 시골마을에는 늘 모두를 흥분시키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 살짝 정신이 온전치 못한 동네 아저씨가 한 겨울 얼음물에 수영하러 들어간 것이다 !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다 나와 이 남자를 구하기 위해 난리법석을 피우고 , 그 소동을 따라다니느라 어느새 잉마르도 눈물이 마른다 .
평온을 되찾은 것도 잠시 , 온 마을 사람들이 스웨덴 권투선수의 승리에 기뻐 날뛰며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 잉마르는 여자친구와 함께 권투중계를 듣다가 둘 다 쌔근쌔근 단잠에 빠져 있다 .
너무나 깜찍하고 귀여운 연기를 보여준 안톤 글라젤리우스 ( 잉마르 ) 는 아역배우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스웨덴 아카데미상에서 주연배우상을 받았다 .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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