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5%가 삶을 변화시킬까? 음주운전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는 혈액 100ml 속에 알코올 0.03g 이 있다는 뜻이다 . 혈중알콜농도 0.05% 는 친구들과 맥주 1~2 잔 마시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해지는 정도인데 개인차에 따라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
술을 마시면 섭취하게 되는 에탄올은 위와 소장으로 빠르게 흡수되어 90% 이상 간에서 분해된다 . 간에 존재하는 알코올탈수소효소가 에탄올을 산화시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꾼다 .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홍조 , 어지러움 , 구토 등을 유발하는데 , 과도한 음주 또는 지속적인 음주로 간이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감당할 수 있는 적정량을 벗어나게 되면 우리 몸을 유지해주는 주요한 기능을 곳곳에서 교란시키며 중독으로 이어지게 하는 1 급 발암물질의 본성을 드러낸다 .
덴마크 영화 ‘ 어나더 라운드 ’ 는 시종일관 술을 마신다 . 걱정될 정도로 술 마시는 장면이 영화 내내 등장한다 . 칼스버그 맥주 광고모델로 잘 알려진 배우 메즈 미켈슨이 주인공인 영화다 .
역사교사인 마르틴 ( 메즈 미켈슨 ), 철학교사 니콜라이 , 음악 교사 피터 , 체육 교사 톰뮈는 40 대를 넘기며 찾아온 일상의 무기력과 공허함을 공통적으로 앓고 있다 . 특히 마르틴은 성적에 민감한 고교 졸업반 역사수업에서 재미없는 수업 진행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적으로 항의를 받을 정도다 .
어느 날 니콜라이가 자신들이 처한 즐겁지 않은 생활의 원인을 한 이론에서 찾아낸다 . ‘ 모든 인간은 혈중알코올 농도 0.05% 를 갖고 태어나는데 , 이 결핍된 농도를 유지하면 창의적이고 용감해진다 ’ 는 한 철학자의 논리 (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 를 적용해 보자고 제안한다 .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사람은 마르틴 . 수업 전에 가방 속에 든 위스키를 화장실에서 한 모금 마시고 수업을 시작한다 .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활기와 웃음 , 열정이 느껴지는 선생님의 태도에 아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
교실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 전에 없던 다양한 수업 방식을 적용하는 마르틴의 수업을 본 다른 친구들도 이 실험에 동참하기 시작한다 . 모두의 수업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이들은 점차 알코올 농도를 2 단계 , 3 단계로 늘려간다 . 상황의 결말은 상상하는 그대로다 .
심각한 음주는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각자의 생활은 처음보다 더 엉망으로 돌아간다 . 아내들은 집을 나가고 , 학교에서 제명되고 , 싸우고 , 길바닥에 쓰러져 잠들고 ... 우울감을 견디지 못한 체육교사 톰뮈는 유일한 친구였던 병든 개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는다 .
술을 통해 잠시 활기와 열정을 찾아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음주실험을 유쾌하게 보다가도 삶의 우울과 공허함을 해결할 방법으로 술을 마시는 선택은 적절하지 않았음을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
다소 엉뚱한 그들의 선택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열정과 활기를 되찾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 평소의 내가 아닌 듯 활기차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의 기운은 잠시 작은 소용돌이로 일었다가 스스로 소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는 거대한 태풍으로 키워지면 몸에도 마음에도 더욱 큰 폐허로 남아 켜켜이 쌓이게 된다 . ‘ 술을 마신다면 좋은 사람들과 / 좋은 술을 / 적당히 / 마시자 ’ 라는 나의 주장은 다소 힘이 없는데 , ‘ 적당히 ’ 라는 애매한 뜻의 단어가 늘 문제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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