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술 빚기 술 빚기 좋은 계절이다 . 여름 한 철을 제외하고 봄 , 가을 , 겨울은 술을 빚기에 좋은 계절이다 . 특히 차가운 겨울 날씨는 술 빚는 이들에게 축복과도 같다 .
쌀을 고두밥 찌고 차게 식혀 물과 누룩을 섞어 항아리에 담아 사나흘 따뜻하게 발효시켰다가 차가운 골방이나 베란다에 놔두기만 하면 그 후론 신경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
봄 , 가을엔 일교차가 크고 날씨 변화가 심해 일정하게 낮은 온도에서 숙성시켜야 하는 술독 온도를 맞추기 힘들어 자칫 술이 시어지기도 하니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
일본의 오래된 양조장을 가본 적이 있는데 겨울에 일 년치 술을 다 빚어놓고 봄부터 가을까지 양조장 직원들은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적이 있다 .
' 밥은 봄같이 , 국은 여름같이 , 장은 가을같이 , 술을 겨울같이 ' 란 옛말에서 보듯 술은 무릇 겨울의 차가움을 품고 태어난 음식이기도 하다 . 새해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술을 빚었다 . 멥쌀 2kg 를 가루로 빻아 죽을 끓여 차게 식혔다가 누룩 600g 을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
이삼일 이불을 씌워 따뜻하게 발효시켜 술이 끓으면 베란다에 옮겨 차갑게 식혀둔다 . ‘ 석탄주 ( 惜呑酒 , 술맛이 좋아 삼키기조차 아까운 술 )’ 라는 술의 밑술이다 .
밑술을 빚고 사나흘 지나면 찹쌀 한 말 (8kg) 을 고두밥 쪄서 밑술과 섞어 다시 발효시켜 두 달간 차갑게 숙성시키면 술이 완성된다 . 몇 줄로 정리했지만 실제 과정은 제법 복잡하다 .
맑은 술이 괴면 술덧을 자루에 담아 체에 걸러 짜내고도 한 두 달의 숙성 시간을 더 보내야 깊고 풍부한 본연의 술맛을 볼 수 있다 . 5 분이면 끝나는 라면 끓이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느린 속도이며 , 잘 빚어진 술은 발효주라 할지라도 오래 두고 즐길 수 있으니 시간과 정성의 작업일 수밖에 없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힘을 빌려 완성되는 술 빚기는 지극히 개별적이고 섬세한 작업이다 . 김장은 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떠들썩해야 제 맛이지만 , 술은 혼자 고요히 빚어야 적합하다 .
쌀을 씻고 , 불리고 , 고두밥을 찌고 , 식히는 일련의 과정에 고요히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어지러운 생각들이 정리되고 차분한 평화가 가득 차게 된다 . 연재를 시작하며 술 단지 두 개가 문간방에 나란히 놓아져 있다 . 쌀독에 가득 쌀이 채워진 것 마냥 세상 가장 배부른 풍경 중 하나이다 .
술이 잘 익으면 설과 정월대보름 명절에 가족 , 친지 , 지인들과 나눌 예정이다 . 코로나가 전 세계를 잠식하고 우리는 얼마나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모든 관계마저 고립시켜버렸다 . 그래도 우리는 분투하고 있다 .
거리두기 속에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야하기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빚는 술 이야기로 독자와 만나길 자청했다 . 술이 지닌 명암은 극명해서 ‘ 술과 함께 열두 달 ’ 이라니 술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은 걱정이 앞설 일이다 .
그런 기우를 잠시 뒤로 하고 새롭게 맞이한 2022 년 흑호해 , 열두 번의 술 이야기는 술이 얼마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향기롭게 이어줄 수 있는지 , 인간의 역사 속에 면면히 함께 해왔던 술의 참모습을 마주하며 코로나 시기를 버티는 힘이 되어드리고자 한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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