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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0.11.12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5

간소하게 살아간다는 것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0.11.12 18:21 조회 4,7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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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5 필요한 것은 하되 불필요한 것은 하지말자 ‘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 좋아하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 시인이 지어낸 멋진 시와 같은 이 가사는 이따금 알 수 없는 울림을 준다 .

생기 가득하던 호박잎이 서리에 늘어지는 계절에 일찍이 심어둔 밭의 작물도 시들어가고 산의 푸르던 잎들도 낙엽이 되어 절로 떨어져간다 . 식물이 꽃과 열매를 맺고 씨앗과 추수할 곡식을 남겨주는 것처럼 꼭 필요한 것들만 거두어들이는 정수의 계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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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이 시기에 우리의 몸과 마음 또한 잘 돌봐야 함을 느끼며 쭉정이는 버리고 , 올해 남긴 마음의 씨앗을 잘 거두어들인다 . 어느덧 요동마을에 들어와 살게 된지도 1 년이 되었다 .

아직 이곳 정서에 온전히 적응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지만 몸은 이미 우리 집을 둘러싼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고 있음을 느낀다 . 햇살과 비와 바람이 텃밭의 채소를 키워 그 덕에 한끼의 음식을 얻게 되고 , 자연과 맞닿아 살면서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가치 있고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을 하느라 사람의 몸과 마음은 무거워져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 이럴 때 일수록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연에 눈길을 두어 숨고르기를 해본다 .

생각이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과거와 미래에 있다고 한다 . 생각이 많을수록 오히려 현재에 온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 나는 이 사실에 공감하여 잠시 늘 해왔던 꿈과 계획을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사는 일은 쉬어가고자 한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앉아서 가만히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 꼭 필요한 것은 하되 불필요한 것은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 대학시절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초월주의 생태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그의 책 ‘ 월든 ’ 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 간소화하라 , 간소화하라 , 일을 두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가지나 천가지가 되게 하지 말라 .’ 책을 읽고 10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옥같은 그의 언어는 가슴 한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

‘ 월든 ’ 이 지금의 나를 전원으로 데려다 주었다면 , 이제는 그가 생활했던 월든호숫가의 고요한 풍경처럼 경천의 산새를 그저 느끼며 바라보고 싶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글쓴이 신미연 씨는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합니다.

현장 사진

간소하게 살아간다는 것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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