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풀차(茶) - 풀을 베어 차를 만들다 어느덧 김장씨앗 심는시기가 돌아왔다 . 무와 배추를 심기위해 지난 장마와 태풍으로 훌쩍 커버린 풀을 베기 위해 밭으로 향했다 .
자연농에서는 주로 톱낫을 사용하는데 낫의 날이 톱으로 되어있고 풀이 쉽게 베여 힘이 많이 들지 않아 농부들 사이에서 최고의 도구로 손꼽힌다 . 게다가 가벼워서 누구나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 허리주춤으로 커버린 풀을보니 어느새 겁이나지만 숨 한번 들이쉬고 풀숲으로 들어간다 .
내가 들어가니 메뚜기며 여치같은 벌레들이 하늘위로 튀어오른다 . ” 얘들아 ~ 누가왔나봐 ~ 다른 풀숲으로 이동하자 ~!“ 인간의 언어는 아니지만 작은 생명들이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안에 나도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
나는 농사를 짓기에 체력이 엄청 좋은편이 아니기도 하고 또 그들의 서식지인 풀을 모두 베어버리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오늘 씨앗 심을 자리만 빼고 다른 이랑은 남겨둔다 .
처음에 밭을 만들기 위해 쇠스랑과 곡괭이를 이용해 밭을 간 이듬해부터는 그대로 씨앗을 심어왔기 때문에 다양한 동물들이 텃밭에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 . 땅 아래와 땅 위에 무한한 우주처럼 셀 수도 없는 생명들이 나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 오늘 풀을 벤 텃밭에는 차풀이 자라고 있었다 .
차풀은 예전에 민간에서 차 ( 茶 ) 를 구하기가 어려워 차대용으로 마셨다고 하여 차 ( 茶 ) 풀이라고 한다 . 한해살이풀로 30~60cm 정도 자라는 작은 식물이며 새의 깃털처럼 잎맥이 서로 오밀조밀하게 마주나있다 .
농가에서는 잡초로 여겨져 없애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콩과식물로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중에 있는 질소를 땅으로 고정시켜 준다 . 모든 콩과 식물이 그렇듯 퇴비나 비료없이도 잘 자라고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
자신의 몸을 내어 땅을 만들어주는 차풀의 이로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 한방에서는 차풀을 산편두 ( 山扁豆 ) 라 부르고 씨앗을 산편두자 ( 山扁豆子 ) 라고 하여 눈을 밝게 한다는 결명자 대용으로도 사용한다 . 결명자는 눈건강에 이로운 대표적인 씨앗으로 차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
산편두는 간의 기운을 맑게 하고 몸의 부기를 빼는데 탁월하며 신장에도 효능이 있다 . 이렇게 땅에도 몸에도 이로운 풀들이 제초제나 살충제같은 농약으로 사라져간다는 건 슬픈 일이다 . 농사짓는 것도 힘든데 농사짓다가 아프면 더 서러울 일이다 .
그래서 텃밭의 풀뿌리는 미생물에게 남겨주고 밭에서 채취한 풀로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욱이 모색하고 싶다 .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약이 될 수 있도록 .. 밭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은 차풀을 잎만 훑어 팬에서 두시간 가량 덖어주었다 .
그러고보니 정말 결명자처럼 구수한 냄새가 난다 . 건강을 지키는데 돈이 들지 않아서 경제적으로도 좋고 ,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 마음도 편안하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텃밭에서 마주한 모든 생명들이 떠올라 마음이 포근해지는 차 한잔의 모금이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 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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