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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5.12.16

시시콜콜

그냥, 내버려 둬라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5.12.16 14:37 조회 5,4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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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하나 마무리하기가 어렵다 . 5 평짜리 . 작년부터 시작한 공사는 아직 내벽도 치지 못하고 있다 . 팔레트 판재사이로 왕겨를 담은 양파망이 쳐진 뱃살처럼 흘러나온 채 1 년이 넘어가고 있다 . 조금씩 또는 온전히 시간을 내어 손수 하고 싶은 마음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

보다 못해 결국 오늘은 아는 목수님을 불러 함께 내벽마감을 했다 . 꼭 필요한 집이라기보다 사랑방 겸 작업실이라 내손으로 꼭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 올해는 논도 남의 손에 거의 내맡겨놓고 말았다 . 자급하는 삶 , 내 삶을 스스로 주관하기 위해 시골로 왔는데 도저히 통제하기 힘들다 .

일은 욕심대로 벌여놓고 수습하느라 갈팡질팡 코피 터지고 가랑이가 찢어진다 . 그나마 업이 된 조합일은 꼬박꼬박 출근하며 감당하는 듯 보이지만 한해마지막 보름 남겨놓은 지금도 끝내지 못한 일로 잠을 설친다 . 뭐가 문제일까 ? 우선 무리수를 둔다 . 일 욕심 탓에 깜냥도 모르고 덤빈다 .

이건 내가 해볼 만한 일이지 . 다른 누구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야 .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착각이다 . 내가 그런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일만 있다면 몰라도 이건 시작일 뿐이다 . 시간이 지나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

가족과 가기로 한 여행은 또 미룬다고 ? 다음으로 , 거절하지 못한다 . 누가 부탁을 하는데 거절하는 건 골치 아프고 불편한 일이다 . 거절은 내 능력을 믿고 찾아온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 부탁 자체가 나에 대한 인정이나 다름없다 . 순간 도취된다 . 일단 만나보거나 바쁘면 미뤄둔다 .

내시간은 고려하지 않고 일의 내용만 판단한다 . 연 초 어느 신문사의 고정칼럼을 쓰지 않은 것은 암만 생각해도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이다 . 비록 이 글은 쓰고 있지만 . 이게 진짜 최고인 것 같은데 ,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한다 .

다른 사람이 일을 맡아놓고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가 있다 .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게 아니다 . 생각과 함께 냉큼 그 일이 내 책상 위에 올려 있다 . 물론 애초에 내가 짊어질 의도는 추호도 없다 . 허나 끝내 내 일이 되어 버린다 . 이런 상황은 좀 기다려야한다 .

나 말고도 흑기사가 있고 책임지려는 다른 사람도 있는 법이다 . 그래 , 난 임기응변에 능하다 . 그렇다고 매번 내 일로 가지고 오면 어떻게 한담 . 그게 내 존재감이라도 되는 거야 ? 빌어먹을 , 참질 못한다 . 원인을 세 가지로 놓고 처방하다보니 난 과대망상인가 ? 그건 아니지 싶다 .

좀 과하긴 해도 망상까지는 심하다 . 꽤 적극적이고 센 스타일 ? 노자에 위무위 ( 爲無爲 ) 라는 말이 나온다 .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말이다 . 이게 어렵다 . 하려는 것은 쉽다 . 뒤가 힘들다 . 하지 않는 것은 무척 어렵다 . 나중이 쉽다 .

작물을 잘 키우려는 마음은 중농 ( 中農 ) 이라고 했다 . 작물을 기르는 때를 놓쳐 풀을 키우는 것은 하농 ( 下農 ) 이다 . 작물이 키우는 땅을 보살피는 마음이 상농 ( 上農 ) 이다 . 흙을 살리는 일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 흙이 살아나면 작물을 기르는 것은 쉽다 .

내가 기르는 것이 아니라 절로 자라기 때문이다 .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에 내 삶이 또 짠하다 . 내년은 꼭 하리라 . 무위 ( 無爲 ), 위무위 ( 爲無爲 )! 이런 맘도 버리자 .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보라 . 이루려 하면은 헛되느니라 .

자연은 이루려는 자와 함께하지 않느리라 . - 무위당 장일순 “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 중에서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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