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즈음 로컬푸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김제의 한 대안학교에 간 적이 있다. 대안학교에서 로컬푸드에 대한 강의를 요청한 연유는 이러했다.
완주에 살던 한 후배가 그 학교의 학부모가 되면서 완주의 공동체사업단에서 만드는 빵과 떡이 간식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학생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의 빵이 더 맛있다면서 빵을 바꿔달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로컬푸드와 공동체사업에 대해 이해하면 그러한 요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난 3월 경상남도의 홍준표지사가 관내 학교에 대한 무상급식과 관련한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대신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어려운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선택적 복지’와 누구나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사이의 논쟁이 뜨겁고 무상급식은 예산이나 형평성을 따지지 않는 ‘포풀리즘 정책’이라는 주장과 교육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의무이듯이 학교에서의 급식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경남의 한 고등학생이 홍지사에게 쓴 편지가 퍼져나가며 선별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가난하다는 것을 드러내게 된다는 ‘낙인효과’와 귀족학교에도 급식 지원하는 것은 ‘지상천국’이라는 선정적인 문구도 대립하고 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급식도 교육의 일부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로컬푸드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일본의 급식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만약 점심시간에 생선가스가 주요한 메뉴가 된 경우 생선가스의 주요한 재료인 생선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를 공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까운 곳에서 공급된 것이라면 그 생산과정을 실지로 견학하거나 체험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과 연계하고 있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리, 과학, 가사와 관련된 지식을 얻게 되고 진로와 관련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제의 대안학교에서 로컬푸드에 대한 강의가 끝나자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강의를 통해 로컬푸드는 농민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가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식품을 먹게 되며 지역에는 일자리까지 생긴다는 것을 학생 대부분이 이해했다.
또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만든 빵은 반죽의 발효과정이 없기 때문에 밀이 가진 거북한 풍미를 덮기 위해 달콤한 잼과 토핑 등이 필요한 것이고 비싼 버터를 쓰지 못해 사용하는 식물성 쇼트닝은 생리적 장애를 일으켜 여드름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학생은 ‘지금 먹고 있는 빵이 좋은 빵인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맛이 없다면 다른 빵을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히려 잼이나 토핑이 없는 순수한 발효빵을 먹어보자. 발효빵은 달고 자극적인 맛은 없어도 씹으면 씹을수록 은근한 맛이 난다.
친구들과 음악을 듣듯 빵을 조금씩 먹으면서 그 맛에 대해 느끼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빵을 만드는 곳에 가보고 빵을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보자. 먹고 싶은 빵도 만들어달라고 주문도 하고. 더 나아가 학교에서 모여 함께 빵을 만들어보면 더 좋겠다.
그 이후에 어떤 빵을 먹는 것이 좋은지 다시 정하면 어떨까. 홍지사에게 쓴 고등학생의 편지엔 ‘자신들에겐 매 끼니가 잔치고 축제이고 더 좋은 공부가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간식으로 먹는 빵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잔치이고 축제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잔치와 축제를 꾸밀 수 있는 공부의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하다. /임경수 귀촌인·한겨레경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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