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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4.09.03

더불어숲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4.09.03 18:30 조회 5,48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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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평을 듣고 뒤늦게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고려 말의 권문세가와 신진사대부 간의 정쟁과 조선건국의 과정을 다룬 이 드라마에서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정전제(井田制)라는 토지제도를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정전제는 중국의 하·은·주 시대에 토지제도로서 우물 정(井) 모양으로 토지를 나누고 바깥의 8구역은 개별적으로 농사를 짓고 가운데 구역은 8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그 수확물로 국가에 세금을 내는 제도였다고 한다.

정도전은 토지를 과도하게 소유한 권문세가의 병폐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전제를 연구하였고 마찬가지로 후대의 조선 실학자 정약용도 이 정전제에 뿌리를 둔 새로운 토지제도를 통해 후기 조선사회를 개혁하고자 하였다. 정전제는 토지를 이용한 사적 이익와 공동체 이익간 절묘한 조화를 추구한 제도이다.

완주에 와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 중에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통찻집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십여 년 전 초기 한옥마을만들기의 활동가중의 한명이다. 하지만 그 당시 전통찻집과 공방을 만들며 한옥마을에 들어왔던 마을만들기 활동가 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지가가 계속 상승하자 한옥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던 활동가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사업만 가능해진 한옥마을은 겉모양은 한옥이지만 전통찻집이나 한식당보다 커피전문점이 더 많은 이상한 한옥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내 친구는 외롭게 남아있다. 토지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무한정 추구하는 것이 보장된 자본주의가 공동체의 이익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주의는 이제 공동체 이익을 실현 못할 뿐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토지는 노동, 돈과 함께 생산의 삼요소 중의 하나이다.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무엇이든 생산하여 돈을 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중의 1%가 50%가 넘는 토지를, 인구의 5%가 80%가 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토지를 가지지 못한 보통사람들은 노동이라는 생산요소에 기대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데 토마 피케티가 「신자본론」에서 이야기한바와 같이 현대자본주의는 노동에 기대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와 금융에 의해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어 보통사람들에게는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생각해 낸 칼 폴라니는 토지를 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악마의 맷돌’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실시된 토지개혁을 뒷받침한 헌법조항인 경자유전(耕者有田), 즉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은 이미 이러저러한 예외조항과 관례에 의해 깨어진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우리 농촌에서도 그 ‘악마의 맷돌’이 충실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토지제도에 집착했던 정도전과 정약용을 비롯한 조선 후기의 실학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역성혁명이나 8·15 해방과 같은 역사적 반전이 생기지 않는 한 대대적인 토지개혁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대학 다닐 때 부르던 짧은 노래로 심란한 마음을 달래본다.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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