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년대 중반 귀농교육을 받을 때 ‘ 귀농 ’ 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낯설은 단어였다 . 그러나 지금은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은퇴자에서부터 느리고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까지 귀농은 이른바 핫 (Hot) 한 주제이다 .
그러나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 그 첫째는 농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이 오해에 편승하여 ‘ 귀농하면 1 억 버는 농민이 될 수 있다 ’ 라고 이야기하는 무분별한 사람들도 있다 . 이런 일이 손쉽게 가능하다면 농림부는 그 동안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
농사라고 지어보지도 않은 도시민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왜 그동안 농민들을 그렇게 만들지 못했다 말인가 . 일 년에 1 억 버는 농민은 1,000 명에 1 명 나올까말까 하고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한 결과이다 . 더불어 ‘1 억원 ’ 은 수익이 아니라 매출이다 .
그 금액에는 농사에 들어가는 종자비 , 농자재비 , 농작업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순수익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 또한 농업분야에서는 경영비에 농부와 그 가족의 노임을 계산하지 않는다 .
아마 귀농인 본인의 노임을 도시근로자의 최저임금으로 계산하여 경비에 포함시키기만 해도 수익과 지출이 역전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 귀농계획을 만들 때 본인의 노임을 계산하여 포함해야 한다 . 그래야 과도하게 넓은 경지를 구입하지 않는다 . 여하튼 농사로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
이미 농업만으로 농촌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기존의 농민들도 다른 일을 한다 . 2013 년 농가의 농업 외 소득비율은 45% 로 농업소득비율 29% 를 앞섰고 이 격차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 그러면 우리 농촌에서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여기에 귀농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두 번째 사실이 있다 . 농촌에 살면 돈이 덜 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 기대하는 만큼 농촌에서의 지출은 크게 줄지 않는다 . 대중교통이 불편한 탓에 농사를 짓거나 무엇이든 일을 하려면 자동차가 필요하다 .
고령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하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면 먼 거리를 통학시켜야 한다 . 도시만큼 사회 , 문화 , 교육 , 복지 서비스가 잘 제공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얻을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지출이 일어난다 .
2004 년을 기준으로 10 년 뒤인 2013 년 농가소득은 19% 증가하여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 28%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 그러나 농가소비지출은 32% 로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 지출이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농업에서도 빗나간다 .
2013 년 농업총수익은 2004 년에 비해 15% 증가하였지만 농업경영비는 41% 나 증가하였다 . 농사를 짓는데 , 농촌에서 생활하는데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 . 이러한 지출을 감당하라고 정부는 농사의 규모를 늘리라 부추겼다 .
규모의 경제가 효과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농업분야에서는 규모를 늘려도 지출이 줄지 않으니 더 고된 노동이 이 간극을 매우고 있다 . 결국 은퇴자는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 청년들은 느리고 대안적인 삶을 위해 농촌으로 들어오지만 환상일 뿐이다 .
농촌으로 삶의 공간을 이동하고 농사로 전직했을 뿐이다 . 고되고 힘든 경쟁과 소비의 굴레 속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 그렇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귀농하지 말라고 해야 할까 .
일본의 극작가 , 마루야마 겐지는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라는 책에서 도시인이 가지는 귀농의 환상을 무참하게 깨뜨리고 있다 . 마치 절대 귀농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끝난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맞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 임경수(귀촌인, 논산시공동체경제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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