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들떠도 좋을 봄날이 흐르고 있다 . 박근혜는 탄핵소추가 인용돼 파면되었고 , 엊그제는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 이로써 박정희에서 시작해 박근혜로 이어지던 잔혹한 ‘ 겨울공화국 ’ 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 한 마디로 사필귀정 ( 事必歸正 ) 이다 .
불의한 권력은 무너지게 돼 있고 , 범죄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진리가 구현된 것이다 . 더욱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 스스로 이뤄낸 결실이다 . 광장에서 목 놓아 외쳤던 염원이 하나하나 그대로 실현되었다 . 그것만으로 나는 목이 멘다 .
우리 현대사에서 ‘ 인민대중 ’ 이 이렇듯 확실한 승리를 거머쥔 적이 있었던가 . 사실 “ 면민들이 간다 !” 며 고산농협 앞에서 상경투쟁 전세버스에 몸을 실을 때만 해도 상황이 이리 펼쳐질 줄은 확신하지 못했다 . 그저 “ 뭐라도 해야 한다 ” 는 생각뿐이었다 .
다행히 우리는 피로와 추위를 견뎌내며 뚜벅뚜벅 걸어왔고 끝내 이루어냈다 . 한낱 농사꾼에 지나지 않지만 나는 이 ‘ 촛불대혁명 ’ 을 온전히 완성하는 일이 우리의 소명임을 마음속에 새긴다 . 더는 정치적 반동으로 역사가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단지 ‘ 누구에게 정권을 줄 것인가 ’ 가 아니라 현대사의 질곡이 되었던 묵은 과제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나아가 우리사회에 좀 더 급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 그렇게 희망의 꽃이 피어나는 봄 , 들녘은 어느새 푸른빛으로 물들고 있다 . 농사꾼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
쌀 전업농인 나로서는 볍씨를 담그려면 아직도 달포를 기다려야 한다 . 그러나 갈 길은 바쁘다 . 그새 정치사회 현안에 기울어 있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 벌려 놓았던 일도 잘 마무리해야 한다 . 석 달 동안 매달려온 집짓기는 이제 다 끝났고 가구만 짜 넣으면 된다 .
농사 시작 전에 이사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 새 보금자리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부풀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 대가도 치러야 하니 기대 반 걱정 반이라 할 수 있다 . 농사 쪽을 보면 올해는 경작면적이 좀 줄어들 것 같다 .
지난해까지 빌려 짓던 논 가운데 일부를 다른 분에게 넘겼는데 새로 늘어난 논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 많이 줄어드는 건 아니어서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 농사 말고도 해야 할 일 , 하고픈 일이 많으니 어떤 면에서는 나쁠 것도 없다 .
이번에는 기필코 트랙터를 장만하려 했는데 집짓는 비용이 늘어나는 바람에 올해도 어려울 것 같다 . 어찌어찌 또 한 해 견뎌내는 수밖에 . 올해 농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내가 ‘ 벼농사 선생 ’ 노릇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
완주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귀농연수생 현장실습 프로그램 ( 멘토링 ) 에서 ‘ 유기농 벼농사 ’ 분야의 선도농가로 뽑혔기 때문이다 . 연수생 ( 멘티 ) 인 호철 씨는 이곳에 내려온 지 아직 1 년이 채 안 되었다 .
도시에 살 때는 음악활동을 해왔는데 , 여기 내려온 뒤로는 농사에 뜻을 두고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 내 도움이 하루 빨리 시골살이에 적응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제 며칠 뒤에는 벚꽃도 꽃망울을 터뜨리겠지 . 그러고 보니 아직 봄나들이도 못 했고 , 꽃구경도 어려울 듯하다 .
그래도 ‘ 희망의 꽃 ’ 이 만발한 이 봄이 나는 사랑스럽다 . / 차남호 ( 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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