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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4.18

농촌별곡

일단 시작되면 일이 술술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4.18 10:36 조회 2,3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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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되면 일이 술술 4 월하고도 중순을 지나고 있는데 요 며칠 날씨가 심상치 않다 . 느닷없이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 때아니게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이 불어와 그야말로 평지풍파다 .

그 바람에 꽃잎이 어지러이 난분분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기후가 길을 잃어버렸음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온다 . 어쩌다 일시적으로 일어난 돌발현상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것이 문제다 . 지구 온난화가 북극의 온난화로 이어져 ‘ 북극 증폭 현상 ’ 을 불렀다는 것이다 .

그 여파로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 아울러 온난화로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강수현상이 더 격렬해지고 , 4 월에도 눈이 내리는 변칙적인 날씨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 그러고 보니 올해 봄꽃은 여느해 만큼 화사하지 않았던 듯싶다 .

개화시기가 늦었을뿐더러 매달린 꽃송이도 성글어 보였다 . 게다가 꽃잎은 왜 그리도 빨리 지는지 . 벚꽃이 지는 가운데 아직도 노랗게 뭉개진 개나리 , 빨갛게 타오르는 명자꽃 , ‘ 은한이 상경인제 ’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배꽃 . 그나마 한 가닥 춘정을 어루만지는 풍경이라고 할까 .

뒷산 오솔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두릅순을 따다가 살짝 데쳐 초장에 찍는 싱그러움은 봄날이 준 덤이다 . 그렇게 봄은 오고 또 가는 것이겠지 . 다행인 것은 시국이 ‘ 겨울공화국 ’ 으로 돌아가지 않고 봄을 맞았다는 점이다 .

비상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 내란정국 ’ 은 그 우두머리의 파면으로 일단락됐다 . 아직 사법처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역시 사필귀정이요 ,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어쨌거나 8 년 전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 세상은 온통 대선정국으로 빨려들고 있는 모양새다 .

정치의 기본틀을 바꾸지 않으면 이번에 보았듯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데도 정치판은 권력이라는 젯밥에만 온통 넋이 나가 있다 . 아무리 그게 현실정치라지만 이러다가 우리 세계는 머잖아 ‘ 희망 ’ 이라는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

하긴 땅이나 파 먹고 사는 주제에 기후변화니 , 체제전환이니 거창한 얘기 주어섬겨봐야 뭐하나 싶기도 하다 . 안 그래도 농사철이 코앞에 다가왔다 . 지금 고담준론이나 늘어놓고 있을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 마지막까지 미련을 두었던 농한기도 이젠 정말 안녕이다 .

엊그제는 고산권벼농사두레 경작자회의가 열렸다 .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올해 바뀐 환경을 따져보고 두레작업 일정을 짜는 자리다 . 앞으로 한 달 남짓 볍씨 담그기와 촉 틔우기 , 볍씨 파종작업 , 못자리 만들기 , 모판 나르기 같은 두레작업이 펼쳐지게 된다 .

회의에서는 작업공정을 자세히 점검하고 , 준비사항과 개인별 작업지침을 확인했다 . 올해도 새롭게 유기농 벼농사에 합류하는 회원들이 제법 되는 편이다 . 늘 그렇듯이 경력이 오랜 이들은 덤덤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내놓는다 .

반면 새내기들은 높은 기대감 속에 그야말로 초보적 질문을 쏟아내며 눈빛을 반짝이게 마련이다 . 벼농사두레의 공동경작은 그 역사가 어느덧 10 년을 넘어서고 있다 . 일을 앞에 두고는 늘 태산 같은 걱정에 짓눌리는 법이다 . 그래도 일단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술술 일이 풀려나가게 돼 있다 .

이따금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터지기도 하지만 수습하고 나면 그뿐이다 . 사람들은 다시 하하호호 가던 길을 재촉한다 . 올해 벼농사도 이렇게 막이 올랐다 . 세월이 무심치 않다면 우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 노동과 놀이 , 노동과 잔치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 신명나는 벼농사를 짓게 될 것이다 .

/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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