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앗이칼럼 · 2017.11.07

농촌별곡

생태가치와 이웃 공동체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11.07 11:31 조회 5,418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생태가치와 이웃 공동체 간밤엔 날씨가 제법 추웠더랬다 . 급히 겨울 외투를 꺼내 입을 만큼 . 아 , 바깥에서 고기 굽고 , 새우 구워 술판을 벌인 탓이다 . 숯불을 만들 겸 , 추위도 쫓을 겸 해서 모닥불도 피웠다 . 마침 동산 위로 휘영청 보름달이 떠올라 절로 술잔을 부르던 늦가을 밤 .

작은 ‘ 공동체 ’ 가 새로 생긴 걸 자축하는 자리였다 .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풀 우거진 허허벌판이던 이 곳에 하나 둘 집이 들어서더니 얼마 전 세 번째 집이 완공됐다 . 그 세 번째 집이 이웃의 두 집을 불러 집들이 잔치를 연 것이다 . 이 곳은 행정구역으로는 비봉면 봉산리 염암 마을에 속한다 .

사람들은 흔히 염암 대신 ‘ 소금바우 ’( 소금바위 ) 라 부른다 . 마을 어딘가에 소금바위 ( 그 유래는 여러 설이 있는 듯하다 ) 라는 큰 바위가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

한자식으로 공식명칭을 바꾸면서 염암 ( 鹽岩 ) 이란 요상한 이름을 얻게 됐고 , 그마저 행정편의 차원에서 이웃의 ‘ 월촌 ’ 마을과 병합해 ‘ 월암 ’ 으로 관할한다 . 마을 안쪽 , 세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3 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움푹 파여 아늑한 형세를 이루고 있다 .

기존의 여남은 가구와는 외떨어진 느낌인데다 처음부터 함께 집터를 구하고 공간을 다져온지라 연대의식이 강한 편이다 . 처음부터 특정한 결의를 바탕으로 결집한 공동체는 아니다 . 그저 이 곳에 집터를 구하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

그렇게 의기투합한 다섯 집이 함께 땅 ( 밭 ) 을 사고 , 부지를 나눠 지목을 대지로 바꾸고 , 공유지를 설정해 도로 ( 주차장 ) 를 닦고 , 배수로를 내고 , 함께 우물을 파고 ... 터 닦는 일을 함께 헤쳐 왔다 .

협의를 통해 건축업체도 함께 선정해 지난해 12 월부터 우리 집을 시작으로 집짓기 공사를 이어왔다 . 뜻하지 않은 사정으로 건축이 늦춰진 두 집을 빼고는 마을조성이 일단락된 셈이다 .

언젠가도 밝힌 바 있지만 나로서는 새 집을 지음으로써 자연생태를 해치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끝내 적당한 집을 찾지 못했다 . 어쩔 수 없이 집을 짓게 된 마당이라 생태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공법과 자재를 찾게 되었다 .

목조주택을 선택한 것도 , 콘크리트 통기초 대신에 나무기둥을 토대로 쓰는 공법을 택한 것도 다 그 때문이다 . 골조와 내장공사에서도 이런 원칙을 지키려 애썼다 . 이 점은 다른 두 집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함께 선정한 업체의 건축철학에 힘입은 바 크다 .

물론 수세식 화장실을 짓지 않고 ,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세재를 쓰지 않는 등 결의수준이 높은 마을에 견줘 보잘 것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 지속가능한 길 ’ 이 아닐까 싶다 . 나아가 행정관청의 지원에 기댄 ‘ 마을 만들기 ’ 같은 작위적인 사업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것 같다 .

마을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마을사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엊그제는 뚜껑 달린 큰 고무통 세 개를 사다가 전동공구를 이용해 손을 본 뒤 다른 두 집에도 ‘ 입주선물 ’ 로 나눠줬다 .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대신 왕겨와 함께 발효시켜 퇴비로 만드는 장치다 .

우리만 농사를 짓고 다른 두 집은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 하는 일도 ,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 생태 ’ 가치를 끈으로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 가을걷이 끝난 들녘은 다시 흙빛으로 되돌아갔다 . 그곳엔 이제 풍요 대신 정적이 흐른다 .

그것이 죽음을 뜻하는 건 아님을 모두가 안다 . 그 속에는 뭇 생명이 깃들어 있어 눈부시게 피어날 새봄을 준비하는 것이다 . 그것이 생태원리요 ,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아니겠는가 . /차남호(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