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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7.01.09

농촌별곡

새해 새 보금자리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1.09 16:08 조회 5,30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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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년 새해가 밝았다 . 우리식으로는 정유년 ,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처럼 기운찬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으레껏 새해 덕담을 적어봤지만 갈수록 해가 바뀌는 것에 무덤덤해진다 .

해맞이 같은 ‘ 요식행위 ’ 를 마뜩찮아 하는 천성 탓도 있지만 , 농사를 짓고부터는 그걸 느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 설을 쇠면서 비로소 새해를 실감하고 , 대보름은 지나야 슬슬 몸을 풀게 되는 것이다 . 어쨌거나 나한테 새해는 아직 먼 이야기다 .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묵은 숙제마저 잔뜩 짊어지고 있는 터다 . 선출되지 않은 권력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정치위기는 결국 탄핵국면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 박근혜의 뻔뻔한 거짓과 낯 두꺼운 버티기가 연인원 1 천만을 웃도는 촛불민심을 불러일으켰다 .

거듭 강조하건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자본 지배체제를 혁파하고 평등과 공생 , 생태 가치를 구현하는 대혁명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그것이 지금껏 한 번도 빠지지 않고 ‘ 추운 주말 ’ 어둠을 밝혀왔고 , 이 글을 송고하는 대로 서울 광화문으로 떠나는 한 농부의 간절한 소망이다 .

역시 추위와 함께 이 고장에 불어 닥친 농축산재벌 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사태도 미봉상태에서 ‘ 장기전 ’ 에 접어든 모양새다 . 지역주민들은 얼마 전 ‘ 중간보고대회 ’ 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 악취를 일으키는 농장 재가동을 막아내자는 투지를 가다듬었다 .

이지바이오가 완주군에 농장을 매각하는 길만이 회사도 살고 , 주민도 사는 길임을 하루 빨리 깨닫기 바란다 . 하나같이 긴 싸움이다 . 서두르다 제풀에 지치거나 삐끗해서는 안 되겠다 . 한 걸음 , 한 걸음에 뜻을 두고 그 즐기는 마음으로 .

혹여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이고 . 산다는 게 본시 외길은 아니지 않는가 이 말이다 . 돌고 도는 일이 있는가 하면 , 뜻하지 않게 생기는 일도 있는 법이다 . 밥벌이는 대부분 순환형 노동이다 . 돌고 돌되 조금씩 달라지니 나선형이기 쉽다 .

농사 또한 마찬가지로 1 년을 주기로 돌고 돈다 . 벼농사를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새해가 되었으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 실제로 벼농사모임은 < 농한기강좌 > 에 들어갔다 . 올해로 세 번째다 .

이번에는 농업 - 농촌의 현실과 과제 , 벼농사 , 친환경벼 제도와 정책 , 쌀의 도정 - 가공 - 유통 , 유기농 채소농사 , 토종작물과 자연재배 , 협동영농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가를 모시기로 했다 . 특히 이 고장 선배농부의 오랜 경륜과 지혜를 배워볼 참이다 .

사람 사는 게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 팔자에 없으리라 생각했던 집짓기에 나섰기에 하는 얘기다 . 지금 사는 곳에서 한 마장 떨어진 소금바위라는 산기슭에서 공사를 시작한 지 달포가 되어간다 . 문제는 현대건축이란 아무래도 자연생태에 부담을 주게 되니 적잖이 꺼림칙하다는 점 .

해서 이미 지어진 집을 사거나 세를 내는 게 최선의 생태주거라 할 수 있다 . 그런데 지금 세 들어 사는 집으로 말하자면 시골로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살았으니 이제 6 년이 다 돼 간다 .

그 사이 계약기간 (2 년 ) 이 끝날 때마다 이런저런 곤욕을 치러 ‘ 내 집 ’ 을 마련해야지 했지만 매물로 나오는 집이 거의 없어 결국 집터를 사 새로 짓기로 한 것이다 . 여전히 집짓기로 자연생태에 부담을 주게 됐다는 ‘ 마음의 짐 ’ 을 안고 있다 .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 그나마 생태에 가장 부담이 적다는 목조주택을 선택했으니 기껍게 집을 짓자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 이제 공사장에 들렀다가 서울 광화문으로 떠날 시간이다 . /차남호(고산 어우리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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