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두레의 희망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린다 . 바깥 날씨가 포근하기까지 하다 . 안 그래도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 알을 낳았다는 둥 , 어디에서는 매화가 꽃을 피웠다는 둥 어리둥절한 소식이 전해지던 터다 . 이렇게 지구가 더워지다가 결국은 종말에 이르겠거니 생각하면 가슴이 못내 서늘해진다 .
엊그제도 그랬다 . 변산반도 모항 해변 , 벼농사두레 회원엠티를 다녀왔다 . 허름한 옷차림으로 백사장에서 활개를 치다가 야외테이블에서 음료와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낼 만큼 날씨가 푹했다 .
다들 기후위기를 걱정하던 끝에 누군가 “ 그래도 엠티 날짜 하나는 기막히게 잘 잡았다 ” 고 하자 너나없이 맞장구를 치는 것이었다 . 엠티라는 게 이름 그대로 회원 사이의 친목을 다지면서도 주요현안을 깊이 있게 의논하는 자리 아니던가 .
날씨가 뒤받쳐준 덕분에 탁트인 수평선 , 하얀 파도가 밀려드는 겨울바다를 한껏 호흡할 수 있었다 . 그 기운을 받아선지 저녁 시간에 펼쳐진 현안 집중토의 시간은 그야말로 활력이 넘쳤다 . 토의주제가 ‘ 내년도 벼두레 활동계획 ’ 이라서 뻔한 얘기가 나오거나 쭈뼛거리기 마련인데 이날은 그게 아니었다 .
처음부터 특정 현안을 놓고 열띤 공방이 오가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과열되거나 몇몇이 발언을 독과점하지도 않으면서 사회자가 굳이 개입할 여지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는 것이다 . 그렇게 숨돌릴 틈도 없이 두 시간이 후딱 지나고 ‘ 열기를 식히기 위한 ’ 잠깐의 휴식시간 .
“ 토론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느냐 ” 며 다들 뭔가 미진한 표정 . 곧이어 토의가 재개되고 자정이 가깝도록 얘기꽃은 질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 토의는 ‘ 차기 집행부 구성 ’ 에 집중되었다 .
현 집행부의 임기 (2 년 ) 가 끝나 다음 ( 제 4 기 ) 집행부를 선출하는 정기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
현직 대표인 나로서는 이미 지난 선거에 나설 때부터 ‘ 이번이 마지막 ’ 임을 공표한 바 있고 , 지난 총회에서 그 상황에 대비해 회칙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준비도 갖춘 상태다 . 돌아보면 지난 2018 년 고산권벼농사두레가 회칙을 마련하고 집행체계를 갖추고부터 내리 6 년 동안 대표를 맡아왔다 .
3 연임이다 . 뜻하지 않은 코로나 국면 때문에 늘어진 점도 있지만 할 만큼 한 셈이다 . 무엇보다 강물은 끝없이 흘러가야 바다에 닿을 수 있다 . 장강의 뒷물결은 끊임없이 앞물결을 대체하는 법이다 .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
물길이 막히거나 고이면 그 물은 탁해질 수밖에 없듯 사회 또한 끝없는 변화를 통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조직의 변화란 결국 인적 쇄신일 수밖에 없다 . 대의체계는 그것을 이끌어가는 인물에 따라 조직의 향방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 문제는 그 인물의 한계다 .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균형감각이 출중한 경우라도 그것이 무궁할 수 없는 법이다 . 어떤 테두리를 스스로 뛰어넘기 힘들고 길어지면 타성에 빠지기 쉽다 . 그래서 인간의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이 되면 선수교체를 해주는 게 당연하다 . 그것이 조직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길이다 .
벼두레는 어렵지 않게 이 점에 공감을 이루었다 . 그리고 이번 회원엠티를 시작으로 새로운 진용 ( 대표 1 인 , 이사 5 인 , 총무 1 인 , 감사 1 인 ) 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
열띠면서도 진지한 , 그리고 팔딱거리는 물고기처럼 날것 그대로 펼쳐지는 토의 속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 벼두레가 앞으로도 싱싱하게 살아 숨쉬리라는 . / 차남호 (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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