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즐기는 방식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결국은 물러가고 그 자리에 가을이 들어섰다 . 그러나 ‘ 세월 앞에 장사 없다 ’ 는 말을 쉽사리 떠올릴 수 없다 .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 , 특히 올여름을 강타한 극한폭염이 남긴 생채기가 너무 깊은 탓이다 .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자연의 섭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 선선한 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차가운 바람이 살갗에 닿기 때문이다 . 가을을 맞는 마음은 폭염 속에서 추석명절을 보낸 만큼이나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
사람들은 지난 폭염에 앙갚음이라도 하듯이 가을 속으로 몰려든다 . 방방곡곡에 온갖 잔치판이 끝없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 이곳 완주에서도 얼마 전 ‘ 대표축제 ’ 라고 할 < 와일드 & 로컬푸드 축제 > 가 벌어졌다 . 벌써 12 번째 , 이름부터가 노골적으로 먹고 마시는 잔치판이다 .
올해는 특히나 공연에 유명 연예인이 나와선지 참여인파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 사실 먹자판 놀자판에서 어떤 ‘ 의미 ’ 를 찾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노릇이겠다 .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잔치를 벌이되 , 뜻있는 무언가를 찾는 판을 만들기도 한다 .
와푸축제가 끝난 즈음에 고산권벼농사두레가 마련한 < 황금들녘 풍년기원 잔치 > 를 꼽을 수 있겠다 . ‘ 가을풍경 ’ 을 주제로 한 사생대회와 ‘ 명랑운동회 ’ 로 소박하게 꾸몄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연과 어울리고 생태친화적인 자리였다 .
회원들 스스로 소박한 먹거리를 마련하고 , 너도나도 앞다퉈 상품으로 나눠줄 물품을 협찬하니 넉넉한 잔치가 되었다 . 풍년잔치는 벼두레 회원뿐 아니라 모두에게 열어 놓아 동네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 한편에서는 먹고 노는 것을 넘어 나름의 가치를 찾아보는 자리도 있었다 .
<2024 완주스러운 환경캠프 -‘ 뭣도 있는 완주 ’> 가 그것이다 . 완주미래행복센터가 주최하고 , 완주스러운환경교육모임이 주관한 1 박 2 일 행사다 . 이름만으로는 뭘 하자는 건지 알 듯 모를 듯한데 주최측의 설명은 이렇다 . “ 길고 뜨거운 여름 잘 지내셨나요 ?
지구적 변화에 쫓기지 않고 , 함께 공감하고 , 주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까요 ? 우리의 생태감성은 올리고 ! 지구 온도는 내리고 !” 이 정도면 캠프의 성격이 좀 더 눈에 들어온다 .
여기에다 핸드폰 - 전기 최소사용 , 육고기 배제 ( 비건 ), 일회용품 금지 , 쓰레기 만들지 않는 행사라는 참가수칙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 가족단위 참가자를 비롯해 모두 스무 명 남짓 모였고 , 멀리 서울에서 참가한 이들도 있었다 .
캠프를 준비하고 진행한 완주스러운환경교육모임 자체가 행사 준비를 위해 모인 개인들이고 , 참가자 또한 초면인 경우가 많아 먼저 안면 트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라 금세 친해졌다 . 주최측이 준비한 음식재료를 나누는 방식부터 생태문제 풀이 (‘ 환경골든벨 ’) 를 거쳐 이루어졌다 .
이어진 ‘ 들풀탐색 ’ 은 주변에 널린 풀 ( 잡초 ) 의 생리와 효능을 새롭게 눈을 뜬 시간이었다 . 저녁밥은 전기제품을 쓰지 않고 비건식을 느리게 조리하도록 했는데 ‘ 시장이 반찬 ’ 이라 맛있을 수밖에 . 캠프파이어는 미리 나눠준 질문지를 읽은 이가 답변자를 지목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그 주제는 자연 또는 생태로 선정함으로써 관련 의제를 더 넓고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 둘째날은 요가로 몸을 풀고 , 행사장 화단을 꾸미는 ‘ 한평 정원 만들기 ’ 를 끝으로 캠프는 마무리되었다 . 기후가 바뀌면서 지구가 바뀌고 있다 .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 이 가을도 바뀔 수밖에 .
그렇다면 이제는 가을을 즐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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