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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10.06

남현이의 청년일기-1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10.06 11:12 조회 5,3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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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자는 진남현이라는 청년이다 . 참으로 놀기 좋아하고 ,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상당한 애주가 되시겠다 . 그렇게 세상 떠나가라 놀다가 , 더 놀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 올해 봄 완주로 내려왔다 . 방년 28 세의 새파란 나이에 그는 왜 내려왔는가 ?

이제 그 얼토당토않은 사상과 지난 과업들을 이곳에 몇 자 적어 보려한다 . 사람이 무언가를 결행하는 데에는 자고로 명분이 있어야하는 법 . 진남현이란 자의 완주낙향 명분은 귀농이란다 . 참으로 이상하다 . 서울에서 그는 사학을 전공했다 .

진남현
진남현

역사와 농업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 그 자가 배운 학문인 사학에서 이르길 , 우리가 이렇게 소처럼 일하는 것은 우리의 노동이 값싸져서나 세상이 점점 가난해져서가 아니라고 한다 . 누군가 노동의 대가를 살짝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

많이 노는 것을 지상과업으로 삼은 진남현에게 소처럼 일한다는 것은 ‘ 자살방조 ’ 에 해당했다 . 그는 고심했고 , 정직하게 내가 일해서 남 안주고 , 나만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 결국 농사를 지으며 남에게 밥 빌어먹지 않는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그것이 진남현 귀농 철학의 첫 출발이었다 . 물론 주변의 어른과 친지들은 반대하였다 . 역시나 말이다 . 그러나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지 않겠는가 . 그 반대에 용기를 얻어 힘차게 귀농을 결행하였다 . 2016 년 3 월 2 일 , 학교후배 한 분을 감언이설로 속였다 .

그 어리석은 후배머슴과 60 리터짜리 등산가방 , 100 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그는 완주로 내려온다 . 처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체질에 맞지 않는 성실함과 특유의 굽신거림으로 집과 텃밭을 얻었다 . 그리고 남은 자본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 자장면 배달부의 중고 오토바이를 사기에 이르렀다 .

그리곤 땅을 갈아보기 시작했다 . 땅을 경작하매 그는 별 생각 없이 유기농을 결정했다 . 처음에는 유기농이 될까 ? 하고 의문을 가졌으나 , 주변 어르신들이 유기농은 안 된다고 말했기에 망설임 없이 유기농업인의 길을 택하였다 . 귀농 1 년차에 자본금이 바닥나자 그는 유리걸식을 시작하였다 .

그가 초기 정착지로 삼았던 삼례 땅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었는데 , 저것을 배우면 먹고살겠다는 사특한 생각이 들어 굽신거림과 머슴살이 끝에 도제로 들어가는데 성공하였다 . 밥은 동네 어른들과 집 주인 어머니께 얻어먹었다 .

그렇게 모은 푼돈들은 암송아지 한 마리를 사려는 욕망에 불타 부지런히 저축하였다 . 그런데 송아지는 법으로 나 같은 빈자는 키울 수 없다고 했다 . 귀농 6 개월 유리걸식의 결과물인 300 만원의 저축이 갈피를 잃은 순간이었다 . 그래서 차를 사볼까 하고 고민하고 주변의 의견을 물었다 .

모두들 입을 모아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 서두르지 말라 하였다 . 옳타구나 . 지금 차를 살 최적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 나의 자본금을 돌아보니 , 연식이나 주행거리는 볼 필요도 없었다 . 그냥 2 년 동안 굴러다닐 수 있는 고철덩어리만으로 충분하였다 . 기준이 명료하니 , 구매는 신속하였다 .

일단은 사람이 모이는 서울로 갔다 . 그리곤 내일 차를 사야하니 , 일단 잔치부터 벌였다 . 술에 절어 이성의 판단을 마비시킨 다음 날 , 알음알음 중고차와 연관된 사람을 수소문하였다 . 역시 있었다 . 충남 예산 사람이다 . 그를 만났다 .

그는 200 만원짜리 중고차를 원하는 나에게 익산으로 갈 것을 종용하였다 . 익산에 가자 , 20 년 된 라보가 나를 맞이하였다 . 운명적 만남이란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 죽음을 앞에 둔 차와 어차피 차를 사야하는 사람 , 그 계약은 성사되었고 , 2016 년 9 월 26 일 .

라보가 나의 곁으로 왔다 . /진남현(올해 완주로 귀농한 청년. 고산에서 여섯마지기 벼농사를 지으며 글도 쓰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

현장 사진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 성공한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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