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모일 날씨 흐리고 갬 솔잎효소를 만들어 보았다 . 똑똑 꺾은 솔잎을 삼일간 물에 담는다 . 설탕과 물은 절대 저으면 안 된단다 . 들은 설명대로 작은 불로 끓었다 . 방 안에 푸른 향이 가득하다 . 스트레스가 쌓이고 화내고 답답한 공기를 솔잎 향이 씻어 주는 것 같다 .
집에서 소나무 삼림욕을 한 하루가 되었다 . 오월 모일 날씨 비 온 뒤 흐림 옥수수가 많은 밭은 그대로 그림엽서가 될 수 있다 . 많은 청보리 , 많은 유채꽃도 그렇듯이 … 버스가 다니는 집 앞 도로를 따라 해바라기를 심었다 .
이랑 , 고랑이라는 말을 배운 후 몇 명과 함께 검은 비닐을 먼저 깔았다 . 긴 비닐은 보기보다 훨씬 무겁고 바람에 휘날린다 . 둥근 구멍에 하나 걸러 모종을 심었는데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장화나 호미에 흙이 묻어 무거워진다 . 노란 풍경을 꿈꾸어 시작 했지만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
여러 노력 끝에 아름다움이 생기는구나 . 오월 모일 날씨 맑음 비봉에 이사 와서 일 년이 휙 지나갔다 . 작년에는 장마가 길고 , 비가 쏟아져 일을 하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 수박이나 옥수수를 난생 처음으로 배 불게 먹었다 . 조생종 밤을 주웠다 .
밤송이에서 알을 꺼내면서 문득 눈을 들어 올리니 코스모스 밭이 펼쳐져 있었다 . 해 지기가 빨라진 무렵에 김장을 했는데 , 냉장고에 들어가지 못할 만큼 이웃들에게서 받기도 했다 .
눈이 아물아물 날아오는 하늘을 창가에서 멍하며 바라보는 사이에 , 땅 밑에서는 봄 준비가 끝나 시냇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이른 아침에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 두릅이나 오가피 나무순 , 미나리 , 방풍나물 등으로 만든 비빔밥을 맛보았다 .
옻나무 순을 먹었다고 일본 친구들에게 자랑했더니 다들 부러워했다 . 새소리로 잠을 깼다 . 진달래와 매화 , 벚꽃 , 개나리가 피고 , 철쭉이 진 다음엔 오디나 자두가 익어가고 있다 . 크나 큰 자연 앞에서 별의 반짝임 같은 한 해였다 . 아쉽게도 갑자기 일본에 가야 하게 되었다 .
산뜻한 산과 숲 , 시냇물 소리가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 조용한 힘을 내 속에서 모은 세월이었다 . 그 모든 것에 감사를 올린다 .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안녕 ! 글쓴이의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나카무라의 비봉일기는 이번호를 끝으로 종료합니다. 함께 해주신 나카무라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2020년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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