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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0.01.10

쪼깐하고 오래된 읍내의 국수가게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0.01.10 11:09 조회 1,5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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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소박한 눈인사 친근하여라 쪼깐하고 오래된 읍내의 국수가게 - 봉동 우리국수 문향순씨 새벽에 일어나 육수를 끓이면서 장사는 시작된다 . 아침부터 간간이 손님이 온다 . 국수는 대 , 중 , 소가 있는데 대부분 중이나 소를 고른다 . 엄지와 검지 사이로 국수 양을 가늠하고 끓는 물에 면을 넣는다 .

면이 삶아지는 동안 접시에 김치 , 고추 , 된장을 담는다 . 그 사이 밀려있는 그릇들을 설거지 하고 , 면이 부르르 끓어올라 냄비 뚜껑이 들썩이면 찬물을 부어 가라앉히고 잠시 벽에 기대어 손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 그리고 서둘러 면을 건져내 찬물에 치대듯 헹구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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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이머는 없다 . 주문한 양에 맞게 국수를 그릇에 담는다 . 참기름을 먼저 국수 면에 뿌리고 , 파가 송송 썰어진 양념간장과 고춧가루를 순서대로 뿌린다 . 마지막으로 이른 아침부터 끓여낸 멸치 육수 한 바가지를 붓고 쟁반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

30 년 동안 봉동 우리국수 문향순씨 (71 세 ) 의 반복된 일이다 . "어여와. 오랜만에 오셨구만!" 반가운 음성이 자동재생될 것 같은 미소가 친근한 봉동 우리국수의 문향순씨. “30 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국수를 말았어 . 그전에는 아이 낳고 집에서 살림을 했지 .

그러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먼저 떠났어 . 슬퍼할 겨를이 어디 있어 .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했어 . 처음에는 책 외판원 해보려고 교육을 받았는데 나하고 안 맞더라고 . 그리고 운전면허를 따려고 했는데 그것도 책만 들여다보면 잠이 와서 못 땄지 .

성경은 아무리 읽어도 안 졸리는데 책만 보면 졸음이 와 . 먹고 살려고 이 장사를 시작한 거야 .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지 . 그냥 나는 하루 벌어먹고 살고 그렇게 소박하게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 . 내가 뭐 부자 되려고 생각했으면 벌써 가게를 넓혔어야지 .

사람은 태어날 때 각자의 달란트가 있는 거야 .” -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솥단지 국수집은 조금 낡고 좁았지만 30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새 단정하고 정감 있는 노포가 되어가고 있었다 .

홀에는 테이블 3 개가 놓여 있고 혼자 일하기 딱 좋은 작은 부엌에서 문향순씨의 국수 차려내는 동작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 모든 것은 제자리에서 팔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 “ 여기는 가게가 넓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띄엄띄엄 계속 와 .

장사 시작할 때 아무런 경험이 없어서 이렇게 옹색하게 시작했지 . 장사 경험이 없었어 . 어디 일 나가서 설거지라도 하고 그랬으면 구조를 잘 만들어 놓고 시작했을 텐데 , 집에만 있다가 살림집에다가 국수집을 차렸으니 옹색했지 . 지금은 이것도 훌륭하게 된 거야 . 전에는 홀 천장이 휘어졌었어 .

고양이가 뛰어가다가 천장이 훅 내려앉았지 . 그래서 새 걸로 고쳤어 . 그리고 벽도 예전에는 흙벽이었어 . 흙이 떨어지니까 . 쥐도 왔다 갔다 하고 . 그래서 천장이랑 벽을 고쳐가면서 장사했어 .” - 문향순씨가 담아낸 든든한 국수 한그릇 봉동 우리국수는 사실 지역사회에 제법 알려진 국수집이다 .

주로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지만 개그맨 양세형도 왔다 가고 축구선수 김남일과 이동국도 다녀갔다고 한다 . 가게가 워낙 좁고 사장님 혼자서 일을 하니까 서로 모르는 사람도 스스럼없이 합석을 하고 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 “ 국수집은 그래도 쉽게 할 수 있어서 시작했어 .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버리는 게 없으니까 . 어디서 배워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살림하는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게 국수니까 시작한 거야 . 그래도 처음에는 서툴렀지 . 처음에는 아는 동네사람들이 팔아주고 그랬어 . 하면서 요령이 생기니까 . 처음부터 맛이 있었겠어 ?

삼십년 하다보니까 요령이 생기고 맛이 들고 사람들이 그 맛 생각나서 계속 찾아오는 거지 . 나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교회 갔다가 다섯 시쯤 가게 와서 그때부터 육수를 끓이기 시작해 . 두 솥단지는 끓여야 하루 장사하지 . 어지간한 손님들은 다 알고 지내 .

하도 가게가 쪼깐하고 오래하다 보니까 다 아는 사람들이야 . 근데 이름은 하나도 몰라 . 그래도 얼굴 보면 알아 . 서로 이름도 안 물어봐 . 그냥 국수 먹으러 오면 보고 그러는 거지 .”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국수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

삶아진 국수를 찬물에 헹구는 소리 , 주방에서 그릇들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후루룩 후루룩 손님들의 국수 먹는 소리가 하도 듣기 좋아서 호기롭게 중짜리 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다 . 양은 생각보다 많았다 . 새벽부터 우려낸 멸치육수에 말아낸 국수는 깔끔하고 담백했다 .

우리가 상상하는 가장 국수다운 본연의 맛이랄까 . 갑자가 장난기가 동해서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 . 하루에 백 그릇쯤 팔아요 ? “ 하루에 백 그릇 팔면 벌써 부자 됐지 . 오늘 하루 종일 나 장사하는 거 봤으니까 알거 아니야 . 한 번에 열 명씩 스무 명씩 오면 많이 팔지 .

그런데 우리 집은 한두 명씩 와서 먹고 가니까 딱 그만큼만 파는 거야 . 욕심내서 많이 팔 필요가 없어 . 그냥 우리 집 형편에 맞게 파는 거지 .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어 . 그런데 지금은 내가 만드는 국수가 맛있다고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그게 참 좋아 . 하나님의 은혜야 .

작년에 프랑스 , 이탈리아 , 스위스로 식구들이랑 다녀왔어 . 칠순 기념으로 . 너무 좋았지 . 마음이 평온해 . 욕심 안 부리고 욕심 부릴 것도 없고 . 사람이 마흔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해 . 나는 손님들이 얼굴이 말갛다고 하는데 워낙 욕심이 없으니까 그런가봐 .

가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고마워 .” 국수는 평범하지만 참 묘한 음식이다 .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고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조리할 수 있다 . 값도 싸고 먹기도 편하고 어지간하면 맛도 나쁘지 않은 음식이 바로 국수다 . 국수집도 여기저기 참 흔하다 . 소재지마다 국수집 한두 곳은 꼭 있다 .

그래도 우리들 대부분은 단골 국수집이 있다 . 기왕이면 그곳에 가서 먹어야 제대로 된 국수 맛을 볼 수 있다 . 밥 때가 지났어도 , 여럿이 아니고 혼자여도 마음 편하게 문 열고 들어가 국수 한 그릇 호기롭게 주문할 수 있는 우리 국수가 있어서 봉동읍엔 소소한 매력 하나가 더해졌다 .

사장님 , 여기 국수 중짜리로 한그릇 주세요 !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쪼깐하고 오래된 읍내의 국수가게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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