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우리 동업합시다 경천 농업회사법인 완주베리 원종성- 원보연 부자 농촌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짓고 살아가는 것은 순리였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
농부들은 자식들에게 고단한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식들의 삶이 도시에서 영위될 수 있도록 피땀 흘려 뒷바라지 했다 . 그러는 사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짓지 않는 것이 순리가 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농촌은 고령사회로 변했다 .
동업 ( 同業 ) 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 . ‘ 부자지간이라도 동업은 절대로 하지마라 ’ 는 말은 동업이 우리사회에게 얼마나 무서운 금기인지를 잘 나타내 준다 .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기를 바라고 , 세상의 금기를 깨면서 살아가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농업을 권하고 동업을 제안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
아버지 원종성씨 (57 ) 와 블랙베리 농사를 동업하고 있는 원보연씨 (31 ) 는 어떤 방식으로 이 고단함과 금기의 영역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 아버지 원종성씨는 지역사회에서 유명한 블랙베리 전문가다 . “ 경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처음부터 농사지을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꿈이었죠 . 아버지 일 도와드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됐어요 . 아버지와 함께 일 한지 오 육년 정도 됐는데 , 아버지와 일하면서 저도 농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되었죠 . 처음 농업을 하기로 결정할 무렵에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는 농업이 맞는 길인데 결정하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 보연씨의 아버지 원종성씨는 지역사회에 많이 알려진 블랙베리 전문가다 . 몇 번의 실패도 있었지만 블랙베리 농사부터 가공 , 유통까지 일궈냈던 베테랑이다 .
이런 베테랑 아버지와 신출내기 아들이 농사를 동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 동업의 관계가 지속되고 성공하려면 서로 대등한 관계가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부자지간에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
“ 아버지는 완주블랙베리연구회 회장 일을 맡고 계시는데 , 막힌 스타일이 아니세요 . 기본적으로 오픈마인드시고 무슨 일이든 토론하려고 하고 대화로 풀려고 하세요 . 늘 저하고 상의하셔서 결정하시려고 하셨죠 . 어린 시절부터 집안 분위기가 그랬어요 .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
아버지가 동료 같아요 . 아버지고 편하니까 일 하는 중간에 제가 하고 싶은 모임도 하고 잠깐씩 한눈도 팔고 그래요 .” 보연씨는 농업회사법인 완주베리의 대표이사이고 전북청년농업 CEO 협회 회장 일도 맡고 있다 .
전라북도의 젊은 농업인들이 모여서 공부도 하고 정보도 나누고 네트웍도 다지는 모임이라고 한다 . 완주에서도 완정농이라는 온라인 교류활동을 하면서 젊은 농업인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사개월 전에 결혼해서 지금은 봉동에서 신혼살림을 차렸지만 몇 년 안에 기반을 잡아서 이곳 경천에 터전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 갈수록 자신을 닮아가는 보연씨를 보며 원종성씨는 아들과의 동업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했다 . 원종성씨와 아들 보연씨.
아버지의 동업제안에 자연스럽게 합류해 벌써 5-6년차 동업을 이어오고 있다. “ 저는 예전부터 부부관계도 마찬가지고 사업관계도 마찬가지고 동업자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 동업은 신뢰가 없으면 안 되거든요 . 상대 배려 없으면 동업은 성공하기 힘들어요 .
신뢰하고 배려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크게 성공은 못하더라도 망하든 흥하든 계속 같이 가는 거니까요 . 그래서 동업자인 아들에게도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 그리고 저는 명예보다는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어디서든 자신이 맡아서 하는 역할이 중요해요 .
요즘에 보연이가 명예 쪽에 좀 치우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하는 말이에요 . 기본적으로는 응원하지만 주어진 역할에는 성실히 했으면 하죠 . 사회적인 활동은 하되 다시 돌아와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
그래야 사람이 맑아져요 .” 원종성씨는 우리나라 농업구조에 대한 많은 고민과 대안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 정부의 농업정책도 그렇지만 농업인 스스로가 서로 조직화되지 않으면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 등등 .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
“ 어떤 일이건 후대에 누군가가 계속 한다고 했을 때 투자가 이루어지고 발전하는 건데 내 선에서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밖에 안돼요 . 농업인들이 자녀들을 외부로 보내려고 해요 . 공부시킨다고 직장생활 시킨다고 뭐 어쩐다고 다 도시로 내보내는 거지요 .
그래서 농업의 실패는 농업 하는 본인 , 즉 부모였던 거에요 . 처음부터 실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
농업의 실패한 원인을 자녀들을 도시로 보낸 농업들에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농업이 다시 생명을 키우고 지켜내는 천하지대본으로 서려면 자녀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일에선 부자관계보다 농업관계를 우선시한다. 신뢰가 없으면 성공도 어렵다.
기왕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를 지으려면 이들 부자처럼 동업관계였으면 좋겠다 . 농업을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는 숙명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무겁고 엄두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 바람의 아들 ’ 이종범은 안다 .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가 올 한해 화제였다 .
출중한 아버지를 둔 아들이 중압감을 못 이겨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이정후는 신인으로서 가장 많은 안타를 쳐냈고 청출어람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 그런데 이종범은 아들 정후에게 야구에 대한 조언은 일체 하지 않았다고 한다 .
잘 먹고 잘 자고 인사 잘하라는 말 이외에는 야구에 대한 그 어떤 기술적인 코치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이것이 제법 유명한 농업인 원종성씨가 초보 농업인 보연씨와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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