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미경의 삶의풍경 · 2019.07.01

시골풍경을 이루는 사람. 이제는 농부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9.07.01 17:05 조회 1,486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시골풍경을 이루는 사람 . 이제는 농부 - 운주면 < 시골풍경 농장 > 농부 장미경 이번 달에는 장미경이 만난 장미경씨에 대한 이야기다 . 인터뷰할 사람이 없어 내 자신을 인터뷰 한 것은 아니다 . 이름이 같은 사람은 많이 만나봤어도 성까지 똑같은 사람은 난생 처음 만나봤다 .

우리는 만나자 마자 웃었다 . 서로의 이름은 평생 잊어버릴 일이 없을 것 같다며 . 위에서부터 백향과 재배하우스, 백향과 꽃이다. 7월 말에서 8월초에 수확한다. 장미경씨 (54 세 ) 는 남편 곽효성씨 (52 세 ) 와 완주 운주면에 산다 .

IMG 2319
IMG 2319

세 자녀는 다 커서 독립했고 부부는 단출한 살림을 꾸려서 2016 년도 초 완주로 무작정 내려왔다 . 경천면 서울쉼터에서 두 달 , 완창마을회관 2 층에서 세 달여의 숙소생활을 보냈다 . 그 해 10 월 지금의 ‘ 시골풍경 ’ 농장이 있는 집이 완공되었고 완주에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미경씨의 농장에는 희귀한 열대작물들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 처음 시작한 품목은 백향과였다 . '시골풍경' 농장입구에 으름덩쿨이 아치를 이루고 있다. “ 그때는 의지가 있어서 힘든 줄 몰랐어요 .

이곳이 다 벌판이었는데 땅 일구고 밭을 만드는 과정에서 날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잡념이 사라지고 , 하나씩 완성이 되가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지요 . 전에 안산에 있을 때 , 저희 남편은 영업을 하는 사람이었고 저는 작은 식당을 했었는데 매일 가게에 매어 있고 사람에 치이다 보니까 힘들었죠 .

저는 몸 쓰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노동이 힘든 건 잘 모르겠어요 . 사람 상대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오히려 더 힘들죠 .” 미경씨는 ‘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삶이 너무 만족스럽다 ’ 는 말은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 같다고 한다 .

밤낮없이 일해야 하고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도 농촌일이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 그리고 말 없는 작물들 , 가축들을 돌보며 묵묵히 자신의 속도대로 일을 하는 지금이 좋다 . 비타민 나무 설명하는 미경씨.

비타민 나무에는 새끼손톱만한 노란 열매가 열린다. 과수원집 누나와 복숭아 서리하던 동네 동생 남편 곽효성씨는 오래 전부터 50 세가 되면 꼭 시골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 한번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는 남편의 성향을 알면서도 장미경씨는 귀농을 극구 반대했다 .

“ 어렸을 때 친정 ( 이서면 새금동 ) 이 과수원을 했어요 . 배하고 복숭아 농사지었는데 저희 부모님 늘 고생했던 기억만 있어요 . 지금은 농사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는 하우스도 없었고 . 밭농사 짓는 사람은 겨울에는 놀 수 있는데 과수원은 겨울에도 할 일이 널렸어요 .

그때만 해도 과일 담는 궤짝 , 봉지들을 다 직접 만들었거든요 . 1 년 내내 쉬는 날이 없었어요 . 우리들도 늘 일을 도왔죠 . 망치질해서 궤짝 만들고 . 겨울에 전지해놓으면 나뭇가지 다 주워야 하고 .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컸는데 남편은 시골을 그리워하고 나는 지긋지긋해요 .” 미경씨가 가장 좋아하는 닭장속에 닭들과 함께. 미경씨는 닭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장미경씨와 곽효성씨는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한 동네 꼬맹이였다 .

미경씨보다 두 살 아래 효성씨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 누나를 짝사랑 했던 모양이다 . “ 제 남동생이랑 친구여서 우리 집에 놀러오고 그랬는데 그 사람 말로는 날 보러 놀러왔다고 하데요 . 동네 애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우리 과수원 서리하러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 나한테 마음이 있었나 봐요 .

초등학교도 같은 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도 바로 옆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 고모가 조화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고 계셔서 저도 거기에 취직한 거죠 . 서울 터미널에서 우연히 남편을 만난 거 에요 .

남편은 그 당시 하사관이었는데 서울 독산동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 몇 번 만나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

어렸을 때 본 사람이랑 평생을 같이 살게 되었네요 .” 남들 안하는 희귀작물들 스무 가지 넘게 키워내는 전업농부 귀농 안한다고 버티다가 어느덧 300 평 넘는 땅에 작물 키워 먹고 사는 전업 농부가 되었다 .

3 년 동안 농사에 푹 빠져 살다보니 자신이 일군 농장도 자연스럽게 기존에 있던 시골풍경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 다른 곳에서 농장 보러 오신 분들도 놀라요 . 3 년 동안 한 일 치고 잘 해놨나 봐요 .^^ 일반적인 것은 다른 사람도 다 하고 있으니 남들 안하는 것을 해야죠 .

그래서 시작이 힘들죠 . 사례가 없으니까 스스로 공부해야 해요 . 실험하면서 ” 미경씨의 비닐하우스에는 처음 보는 나무들이 많다 . 열대작물들이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씨앗을 심고 보통 한 달에서 세 달 정도의 발아 기간을 참고 견디며 관찰해야 한다 .

매일 정성스럽게 키워낸 나무들 이름만 들으면 동남아시아 어딘가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다 . 모링가 , 바나나나무 , 파파야 , 비타민 나무 , 체리 , 푸른 자두 , 무화과 , 할라봉 , 페이조아 ( 구아바 종류 ), 핑거라임 .

러브하와이 , 기둥사과 , 딸기자두 등 스무 가지가 넘는 나무들을 구경하다보면 2~3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 위에서부터 수세미꽃, 시계초, 금화규이다. “ 판매 가능한 것은 백향과 , 작두콩 , 수세미 , 여주 , 금화규 , 히미스커스 , 옥수수 , 메론참외 , 대파에요 .

2017 년도 6 월에 백향과를 처음 심었고 18 년도 봄에 로컬푸드에 납품했죠 . 아피오스 ( 인디언 감자 ), 고구마는 로컬푸드 연계해서 하는 농장 견학 체험용 프로그램으로 심어 두었고요 . 해오라비 난초 , 야래향은 화분으로 납품하고 있어요 . 백향과는 일 년에 두 번 따요 .

7 월 말에서 8 월초 , 1~2 월 . 백향과는 후숙과일이거든요 . 따서 바로 드시는 거보다 2~3 일 실온에 두었다가 겉이 쪼글쪼글해질 때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 금화규는 약초나무인데요 .

노란 꽃이 손바닥만 하게 피는데 꽃은 따서 말려서 차로 마시고 잎이나 꽃은 분말해서 비누를 만들기도 하고 얼굴에 팩을 하기도 해요 . 콜라겐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피부에 좋아요 . 백향과 잎사귀로 차 만들면 녹차보다 훨씬 맛있어요 .

불면증에도 좋고 ..” 미경씨의 농장 구석구석에는 귀여운 댑싸리가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 댑싸리는 제초제에 매우 취약해서 요즘 시골에서 댑싸리 보기 힘들다고 한다 . 농약 , 화학비료 , 제초제 없는 미경씨의 농장에는 건강한 땅 찾아온 댑싸리 가족도 자리를 잡고 산다 .

남편 곽효성씨는 완주과실생산자협동조합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과실 생산물을 가공해서 잼 , 쥬스 , 아이스크림으로 생산 개발하고 판매하려는 계획이다 . 미경씨도 올해 준 조합원으로 가입해 SNS 홍보 교육을 받고 있다 . 생물 판매와 더불어 가공품 판매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

미경씨는 하나를 심더라도 자신이 즐기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작물을 심고 가꾸고 싶다고 한다 . 7 월부터 9 월까지 미경씨의 농장에는 백향과의 오묘한 꽃 , 금화규의 노란 꽃 , 히비스커스의 빨간 꽃들이 차례대로 만개하며 피어날 것이다 .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시골풍경을 이루는 사람. 이제는 농부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